일반적으로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중고거래는 활발해진다. 경기 불황으로 얇아지는 소비자들의 지갑 두께는 저가 또는 중고거래 활성화로 이어진다. 장기적이고 전세계적인 경제 불황은 중고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국내 중고 시장을 언급하며, 지난 2003년 설립한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빼을 수 없다. 국내 중고거래의 모든 시작은 중고나라에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간 거래액만 약 2조 5,000억 원(2018년 기준). 카페 가입자수는 1,700만 명에 이르고, 하루 평균 23만 건의 새로운 상품이 올라온다. 거래액, 거래건수 규모만 보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이나 유명 이커머스 업체와 견주어도 손색없다. 참고로 중고나라는 지난 2014년 1월 운영자들이 모여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2000년대 초반 중고나라가 PC 웹 기반으로 중고거래 시작을 다졌다면, 2010년 들어 중고거래는 모바일 앱으로 전환됐다. 개인간 거래를 전자상거래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현한 '번개장터', 중고나라와 연동해 운영되는 '중고나라의 모바일 앱'과 '중고나라 중고차', 동네 이웃과 직거래할 수 있는 '당근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중고거래는 온라인과 모바일, 오프라인 등에서 다양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어픽스 한창우 대표
중고거래의 불편함? 우리는 직접 매입합니다
한창우 대표(이하 한 대표): 중고거래 서비스 '땡큐마켓(지난 2019년 7월 19일, 서비스명 '픽셀'에서 브랜드 리뉴얼해 땡큐마켓으로 바뀌었다)'을 제공하고 있다. 땡큐마켓을 통해 중고물품 판매자와 구매자 즉, 중고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한다. 기존 중고거래가 이뤄지는 대부분의 방식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1:1로 연결되어야 했다.
픽셀에서 땡큐마켓으로 서비스명을 변경한 어픽스, 출처: 어픽스 공식 블로그
크게 보면, 판매자가 제품을 등록하고, 구매자가 제품을 보고 연락한 뒤,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제품을 전달해야 한다. 개인간 거래가 기본 방식이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IT동아: 평화로운 중고나라… 아니, 중고로운 평화나라라는 말이 떠오른다. 택배로 받은 상자 안에 벽돌이 있었다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한 중고거래 사기 말이다.
한 대표: 맞다. 꼭 중고거래 사기 문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판매자와 구매자간 연결로 인한 다양한 불편함이 존재한다. 나이 어린 여성이 직접 현장에서 제품을 거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꼭 여성이 아니더라도, 만나는 시간과 약속을 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하다. 때문에 안심번호 통화, 문자, 택배, 송금 등으로 비대면으로 거래하기도 하지만, 구매자 입장에서 제품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안심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돈을 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판매자가 택배를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개인간 중고거래의 불편함, 출처: 어픽스
IT동아: 중고거래 전문 업체… 인 셈이다.
한 대표: 안전한 중고거래다. 구매자는 사기를 당할 위험이 없고,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아, 환불도 할 수 있다. 직매입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판매자는 집 또는 회사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방문수거하러 올 때 대량으로 처리하는 장점이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편리하다고 이야기하신다(웃음). 구매자는 '혹시 사기당하는 것 아닐까?'라는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고, 판매자는 진상 구매자를 만날 필요가 없다. '제가 대전에 사는데 서울로 직접 올라갈 테니 5만 원만 깎아주세요'라는, 이런 말 들을 필요가 없다.
유아용품으로 시작해 소형가전까지
중고거래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는 어픽스, 출처: 어픽스
처음에는 장난감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판매자의 요청이 계속 늘어났다. 장난감 이외에도 유모차, 육아 출산 용품, 도서(동화책/그림책) 등도 (땡큐마켓에) 팔 수 없겠느냐고. 요즘에는 프라이팬, 그릇과 같은 주방용품과 청소기, 전자레인지, 커피 머신, 공기 청정기, 가습기, 제습기 등 소형 가전도 판매한다.
IT동아: 30~40대, 육아를 경험한 부모 고객부터 시작해 조금씩 확장한 셈이다.
한 대표: 맞다. 육아와 경제활동 등으로 부모는 바쁘다. 정신 없고 바쁜 와중에 중고거래를 위해 직접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껄끄럽고 번거로운 개인간 거래 과정이 유독 귀찮지 않겠는가. 그렇게 시작해 점차 제품과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는 단계다.
땡큐마켓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16년 1월이었다. 이제 3년 6개월 정도 지났다. 모바일 앱과 PC 인터넷 등으로 모두 접속해 이용할 수 있다. 매출은 꾸준하게 늘어났다. '사용자 정보등록 과정 간소화', '현장 즉시 입금', '품목 확장' 등을 통해 매출이 늘었고, 이제 '물류 개선'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매출을 늘리고 있는 어픽스, 출처: 어픽스
땡큐마켓의 다음 발걸음, 물류
한 대표: 중고거래를 원하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편의를 위해 어픽스가 조금 더 뛰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웃음). 중고제품을 직접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물류뿐만 아니라 재고 보관 즉, 물류센터를 만들어야 했다. 이를 위한 DB 구축 그리고 방문 수거를 위한 동선 파악 등을 구축해야만 한다. 만약 판매자가 '3살 아이가 사용하던 장난감 팝니다. 2,000원'이라고만 제품 정보를 공개했다면, 어느 누가가 이 제품을 구매하겠는가. 즉, 상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DB가 뒤따라야 한다.
중고제품 매입, 방문 수거, 중고제품 판매 등 전반적인 물류 시스템이 필요했다. 판매자는 땡큐마켓에 방문 수거만 요청하면 된다. 그럼 우리가 직접 나가 제품 상태를 파악하고, 제품 정보를 기입한 뒤, 현장에서 입금까지 해준다. 매입 가격은 시중 중고 거래가격과 거의 동일하게 책정한다.
어픽스의 운영센터와 물류센터, 출처: 어픽스
(가격 책정 기준에 대한 질문에)
사실 정확한 기준은 없다. 중고제품 가격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가격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땡큐마켓에서 한번도 거래되지 않은 제품일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럴 경우, 중고나라, 번개장터, 헬로마켓 등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를 참고한다. 관련된 DB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모으고 있다.
여기에 실시간 중고제품 가격 변동 사항을 반영한다. 만약 1만 원짜리 중고제품에 댓글이 많이 있거나 실 거래 많이 이뤄지는 제품이면 가격이 올라간다. 그리고 1주일 단위로 팔리지 않는 제품의 경우 가격이 내려간다. 땡큐마켓에 판매되지 않고 오래 있는 제품일수록 할인폭이 커지는 시스템이다. 아,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고 판매자가 돈을 적게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매입 가격은 물건을 가져올 때 먼저 선지급하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시작한 2016년 1월부터 지금까지 관련 DB를 모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적용해, 불필요한 수작업을 없애고, 자동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고객 수요에 따른 가격 시스템, 출처: 어픽스
물류 효율을 위한 데이터 기반 WMS, 출처: 어픽스
IT동아: 다르게 말하면, 어픽스 땡큐마켓이 손해를 보고 제품을 판매할 수도 있을텐데.
한 대표: 지난 5월 한달 동안 판매 건수는 6,000건 정도로, 회전율이 빠르다. 오히려 요즘 겪고 이는 문제는 상품 확보다. 대부분의 제품이 2달 안에 판매된다(95~97% 판매한다고). 땡큐마켓을 한번이라도 이용한 구매자의 재구매율 역시 높다. 오히려 요즘은 새로운 신규 가입자가 원하는 물건이 없어 이탈하는 일이 늘고 있다. 방금 전 말했듯, 더 많은 판매자(중고제품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픽스 회전율 및 재구매율, 출처: 어픽스
안전하고 편리한 중고거래가 낳은 틈새 시장
한 대표: 땡큐마켓 판매자 중 76%가 중고거래 자체를 이용하지 않았다. 대부분 1:1 거래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여성이었다. 그리고 중고거래를 한두번 이용했지만, 당시 경험이 좋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용자도 많다. 기존 중고거래의 불편함을 해소하면 충분히 시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주거래 품목이 다르다. 정확히는 중고제품 품목이 다르다.
IT동아: 한발 더 발로 뛴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한 대표: 맞다. 어렵다. 정말 몸으로 다했다(웃음). 중고제품 검수부터, 제품 촬영하고, 물류센터에서 구매자 주소로 배송하는 일까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비싼 중고제품은 더 많은 정보를 주고, 싼 제품은 적은 정보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 돈 1,000원짜리 중고제품이라도 제품 정보만큼은 구매자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줘야 한다.
대부분의 중고거래가 고가 제품 위주로 진행되는 이유다. 앞서 땡큐마켓의 중고제품 품목이 다르다고 했는데, 우리는 오래된 TV 리모컨도 단품으로 매입한다.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2~3년 된 마우스도 매입한다. '혹시 이것도 팔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것까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어픽스 땡큐마켓 방문 수거자를 위한 모바일 WMS 프로세스, 출처: 어픽스
방문 수거자를 위해 '모바일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창고관리시스템)'도 개발했다. 중고제품을 수거한 뒤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바로 서버로 등록되고, 제품 번호가 생성된다. 현장에서 보내오는 이미지를 보고 기존 DB와 대조해 바로 가격을 전송한다. WMS는 입/출고 물류센터와도 연동된다.
방문 수거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모바일 WMS는 계속 다듬고 있다
방문 수거자를 위한 일정 관리, 이동 경로 등도 제공한다. 현재 총 3팀으로 서울과 경기 일부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후 해피콜 센터가 방문날짜와 시간을 안내한다. 물류센터는 하남에 있다. 150평 규모로 곧 더 넓은 곳으로 옮길 예정이다(웃음).
IT동아: 물류와 함께 가격까지 연걸되어 있는 DB가 경쟁력으로 느껴진다.
한 대표: 초기에는 가격 설정을 모두 수동으로 해야 한다. 다만, 한번 설정한 가격의 이후 변동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판매되는 시기에 따라 가격이 변화하는 시스템이다.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실행력'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중고거래 과정에 필요한 모든 것을 내재화했다.
직접 방문수거하기 어려운 지역은 기존 중고 사업자와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어디까지나 목표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평가도 얻었다. 대교인베스트먼트, 미시간벤처캐피탈, 한국과학기술지주 등 3곳의 VC로부터 13억 원 규모 후속투자를 유치했다. 앞으로도 우리 어픽스, 그리고 땡큐마켓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