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FTA 체결 위해 물밑 작업 착수 오랜 우방국도 압박하는 트럼프 "英에 유리한 협상은 힘들 것"
유럽연합(EU)과 관세·통관 등 아무런 협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10월31일 탈퇴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미국의 손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딜(No deal) 브렉시트 시 벌어질 경제적 타격을 미국 시장에서 상쇄하겠다는 계획이다.
7일(현지시간) 가디언, AFP 통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영-미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해 도미니크 랍 외무장관, 리즈 트러스 국제통상부 장관 등을 속속 미국으로 보내며 물밑 작업을 펼지고 있다.
랍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트러스 장관은 미국 무역 고위 관계자들과 회담을 준비 중이다.
트러스 장관은 “미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다. 우리는 서로의 시장에 1조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공식적인 회담이 빠르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트러스 장관은 다음 주 후반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등을 연달아 만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양국의 교역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존슨 총리와 취임 축하 통화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영국과 FTA를 맺으면 양국의 거래 규모는 지금보다 3배, 4배, 5배 커질 수 있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우리는 더 많은 거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FP 통신은 존슨 총리가 EU의 오랜 파트너들을 떠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놀아날 것이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오랜 우방국인 일본, 한국에 대해서도 강경노선을 펼치며 무역 수지를 조절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입장에서 EU 교역량과 비교했을 때 영국과의 교역량은 매우 적다”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국은 간절한 교역 대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역설적이지만 가난한 사람을 상대할 때보다 부유한 사람을 상대할 때 더 많은 양보가 필요하다”며 “영국은 레버리지가 없다. 영국은 절박하다. 이들은 빨리 합의를 마치길 원한다. 협상 상대가 간절할 수록 흥정은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