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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환율전쟁에 ‘엔고’로 속끓는 일본

입력 | 2019-08-07 22:21:00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갈무리)


미중 무역갈등이 환율전쟁으로 확전한 가운데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고민에 빠졌다. 불확실성에 빠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몰리면서 엔고 현상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NHK 등에 따르면 일본 언론들은 엔고 현상이 가져올 여파를 걱정하고 있다.

전일 달러/엔 환율은 105엔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엔화 가치는 급상승한 것. 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 현재 달러/엔 환율은 106.32엔대에서 움직이면서 전일의 엔화 가치 급등세는 다소 주춤해졌다가 소폭 낮아진(엔화 가치 상승) 106.15엔 근방에서 거래되고 있다.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 수출 중심의 일본 경제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은행권 역시 마찬가지. 이미 기준금리는 마이너스(-)0.1%이니 은행에 돈을 넣으려는 사람들이 적어진다. 또한 지금도 낮은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게 된다. 게다가 소비세율까지 10%로 오를 예정이라 소비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일본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더 키워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이에따라 전일에도 약세를 보였던 수출주들이 이날 도쿄 증시에서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도카이도쿄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스즈키 세이치 선임 애널리스트는 AFP에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이는 달러/엔 환율에 대한 불확실성을 강화시킨다”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면서 엔화 움직임에 따라 투자자들은 관망세를 보일 것을 예상했다

NHK에 따르면 토요타나 닛산, 히타치 등의 기업에선 예상환율을 기존 ‘1달러=110엔’에서 ‘1달러=106엔’ 혹은 ‘1달러=108엔’ 수준으로 낮추며 엔화가 더 강세를 보일 것을 예고하고 있다. 토요타와 소니는 이를 이유로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엔화 가치가 1엔씩 오르기만 해도 토요타는 400억엔, 닛산은 110억엔, 히타치는 25억엔의 연간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일생명경제연구소(第一生命???究所)의 후지시로 고이치 이코노미스트는 “엔고에 따라 기업들이 투자 및 생산 계획을 낮춰버리게 되면 경기가 감속하게 된다”며 “급속한 엔고엔 주의가 필요하다”고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또 “10월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개인 소비는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에 있어 일본 경제가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미중 무역전쟁으로부터 불확실성이 높아지게 되면 설비투자를 미루게 돼 이는 매우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엔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정부가 일본은행(BOJ)이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게 문제다.

BOJ는 기존의 양적완화가 효과를 잘 거두지 못하자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란 극약 처방을 이미 했다. 여지가 없다.

도쿄 시장에서 장기금리(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약 3년 만에 일시적으로 -0.215%까지 떨어지면서 BOJ가 하한선으로 두고 있는 -0.2%를 밑돌기도 했다.

간밤 뉴욕 증시는 환율전쟁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면서 상승세를 보이며 마감했지만 일본 증시는 전일에 이어 7일까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도쿄 증시 닛케이225 지수는 전일대비 0.32% 떨어진 2만519.32를, 토픽스 지수도 0.3% 하락한 1494.79를 기록하고 있다. 닛케이225 지수는 출발하자마자 2만500선을 밑돌았다가 다소 회복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