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지적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 리콜 요건이 명확하지 않고 위헌 소지가 있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제기됐다.
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은 최근 법률학회지인 ‘법조’에 기고한 특별기고문에서 현행 자동차 리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 전 재판관은 ‘자동차 리콜 제도에 관한 헌법적 고찰’이란 글을 통해 현행 자동차관리법 31조 1항에 명시된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란 표현이 요건이 불명확해 법적인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해석했다. 가령 엔진 이상과 관련 없는 자동차의 소음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것인지에 대해서 판단하기가 어려워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 법률상 ‘결함 사실을 안다’는 문구는 자동차 제작자 등이 결함 사실을 알았을 것이란 추상적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경우 잘못이 없는 자동차 제작자 등에게 형사처벌을 할 수 있어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 전 재판관은 “자동차 리콜과 관련된 형사처벌은 사전에 자동차관리청(정부 당국)의 시정명령을 전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자발적 리콜의 경우에도 자동차 제작자 등의 책임이 명백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기고문을 통해 제안했다.
이런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현재 국회에서는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과 같은 당 김상훈 의원 등이 대표발의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민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 대해 “2011년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할 때 문구 표기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자동차관리법 개정 과정에서 자발적 리콜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생긴 대신 국토교통부가 내린 강제리콜 명령을 제조사가 거부했을 때 부과했던 처벌 규정은 없어졌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이 자동차 회사에 강한 책임을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소비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이를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소비자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궁극적인 주체는 정부인데 ‘기업이 알아서 리콜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정작 정부 조치 불이행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자동차 회사가 결함 인지 자체를 회피하는 식의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