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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구조조정은 대학 자율로 하라며 규제는 꽉 움켜쥔 교육부

입력 | 2019-08-08 00:00:00


교육부가 대학 정원을 인위적으로 감축하는 대신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대학혁신지원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는 3년마다 전국 일반·전문대학을 평가해 부실 대학을 골라내고 정원을 줄이도록 강제했는데 내년부터는 대학이 정원을 스스로 정하도록 했다. 시장 논리에 따라 경쟁력이 있으면 많이 뽑고, 아니면 적게 뽑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립대가 원활하게 문을 닫을 수 있는 퇴로도 마련하기로 했다. 지금은 설립자가 폐교를 하고 싶어도 잔여 재산이 전부 국고로 귀속되는 탓에 이를 꺼렸는데 일부는 설립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번 대책은 ‘저출산 쇼크’에 대학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취지다. 당장 내년부터 대입정원이 대입 연령인 만 18세 인구보다 1만7842명 많아진다. 5년 뒤인 2024년엔 정원 미달 수가 12만3748명으로 급증한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12만3748명은 정부가 나서서 줄일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고 했다. 역대 정부마다 대학 정원 감축을 추진했지만 대학 및 지역사회 반발로 후퇴했고, 그 결과 정부가 손을 대기 어려운 실정에 이르렀다고 실토한 셈이다.

이제라도 대학 구조조정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려면 과감히 규제를 풀어주고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도록 해야 하는데 말로는 자율을 외치며 규제를 움켜쥐고 놓지 않는다. 이번에 교육부가 개선하겠다는 규제 목록을 보면 이동수업 규정 완화, 교원 임용보고 서식 간소화 등 이런 것까지 규제를 했었나 싶은 내용뿐이다. 대학 재정을 고사 상태로 만든 등록금 동결정책은 언급조차 않고 학생 수는 감소하는데 강사는 꼭 뽑으라고 한다. 대학으로선 등록금 인상 없이 학생 수를 줄이거나 강사 수를 늘릴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문을 닫을 길도 막혔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대학이 살길을 찾도록 획기적인 규제 완화를 담은 후속대책이 없다면 교육부가 구조조정의 책임을 미룬 채 포기 선언을 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