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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제보복 끈 늦추지도 더 죄지도 않은 日 백색국가 시행세칙

입력 | 2019-08-08 00:00:00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관보에 정식 게재했다. 2일 일본 내각이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개정안을 공포한 것으로 이달 28일부터 적용된다.

일본은 수출 규제 시행세칙의 ‘포괄허가취급요령’도 함께 공개했는데 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기존 품목 외에 개별허가를 얻어야 하는 수출 품목을 따로 추가하지는 않았다. 3개 품목 외에는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부터 현재처럼 수입이 가능해 관련 업계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이 추가 조치는 내놓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경제 보복을 완화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일본은 수출상대국 분류 4개 등급 가운데 한국을 B등급으로 낮춤으로써 앞으로 마음만 먹으면 개별허가 품목을 쉽게 추가할 수 있는 길을 깔아 놓은 것이다. 언제든 고삐를 더 죌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최소한 28일까지 3주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치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어제 “경제 보복이나 대항 조치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의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한국 경제를 이미 큰 혼란에 빠뜨려 놓고 “한일 관계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8일 일본을 현재 29개국인 수출 통제 우대국가 그룹, 즉 ‘가’ 지역에서 신설한 ‘다’ 지역으로 강등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거쳐 확정한 뒤 공개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어제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듯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그렇지 않아도 세계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모두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개최가 조율되고 있고 3개국 외교장관 회담이 이를 위해 이달 21일경 중국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안보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서도 한일 양국이 의사소통의 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