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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향한 거침없는 비판과 풍자 ‘가장 스페인다운 작가’

입력 | 2019-08-08 03:00:00

[제9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자들]<2>스페인 소설가 에두아르도 멘도사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강점은 강력한 유머와 날카로운 풍자다. 이세기 심사위원은 그의 작품에 대해 “스페인 현대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했다. ⓒMiguel A Monjas

《스페인 소설가 에두아르도 멘도사(75)의 작품은 난해한 실험주의와는 결이 다르다. 전통적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유머와 아이러니, 패러디를 섞은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작가 자신은 “스페인 고전 소설, 피카레스크 소설(악당소설), 19세기 소설을 충실하게 추종하는 동시에 전통의 현대화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

첫 소설인 ‘사볼타 사건의 진실’(1975년)은 군수산업으로 급성장한 사볼타사를 둘러싼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룬다.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보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 시대적 배경과 관련 인물들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서술했다. 부자와 빈자,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 사이의 마찰과 갈등,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기득권 세력의 도덕적 타락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스페인 민주화 과도기의 기록”으로서 “스페인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이 따른다.

‘납골당의 미스터리’(1979년)는 작가가 가장 아끼는 소설 가운데 하나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사회의 밑바닥을 전전하다 정신병원에 갇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패러디 작품이다. 1970년대 말 스페인에 불어 닥친 변화와 개혁의 바람, 그 속에서 꽃핀 고통과 비애, 폭력을 다채로운 기법으로 그려냈다.

멘도사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피카레스크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거침이 없다. 서슴없이 현실을 비판하고 권력과 질서에 대항한다. 독자들은 좌충우돌하는 주인공들에게 깊이 공감하며 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자유 의지와 열망을 작품으로 일깨우려는 작가의 의중이 곳곳에서 읽힌다.

‘경이로운 도시’(1986년)는 1888년과 1929년 두 차례 만국박람회를 거치면서 열악한 도시에서 국제적인 도시로 도약한 바르셀로나의 성장 과정을 그려냈다. 또 밑바닥 인생에서 최고의 거부가 된 남성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펼쳐진다. 도시와 개인을 비슷한 운명을 짊어진 공동운명체처럼 묘사한 점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바르셀로나의 역사를 끌어들여 소설의 허구성을 보완했다. 지방에서 일어난 정치 사건을 통해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스페인의 변화상을 충실히 그려냈다. 작품에는 카탈루냐 지역의 역사와 이곳 사람들의 기질과 정서, 마드리드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담겼다. 이 때문에 바르셀로나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자부심과 애정이 빚은 걸작으로 꼽힌다.

멘도사는 뛰어난 작품성과 대중성으로 ‘현대 소설의 대부’ ‘가장 스페인다운 작가’로 평가 받는다. 그는 소설을 쓰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문학은 보편으로부터의 독립인 동시에 타인과 연결되려는 욕망의 작용이다. 내가 소설을 쓰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 에두아르도 멘도사는…

194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 모험가와 투우사를 꿈꾸던 그는 검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다. 영국에서 유학한 뒤 귀국해 변호사로 활동하다 1970년대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다. 1973∼82년 뉴욕 유엔 본부에서 통역과 번역을 하면서 첫 소설 ‘사볼타 사건의 진실’을 발표했다.

‘경이로운 도시’ ‘납골당의 미스터리’ ‘올리브 열매의 미로’(1982년) ‘대홍수가 일어난 해’(1992년) ‘미용실에서 생긴 일’(2001년) ‘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2008년) 등을 펴냈다. 에스파냐 언어권 최고의 소설에 수여되는 ‘비평상’(1976년)을 비롯해 프랑스의 ‘최고 외국도서상’(1998년) ‘올해의 작가상’(2002년) ‘플라네타상’(2010년) 등을 수상했다. ‘현대 소설의 대부’ ‘가장 스페인다운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이세기 소설가·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