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벽돌집의 보양탕.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요즘 개고기는 민감하고 불편한 소재다. 개를 반려동물로만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예로부터 개고기를 다양하게 먹어온 음식디미방(조선 후기 한글조리서)의 자료 및 프랑스 역사 속 개고기 유통의 근거까지 제시하며 개식용 문화의 역사와 당위성을 주장하는 측도 있다. 양쪽 모두 팽팽한 입장이다.
어쨌거나 개고기 식용 논란을 떠나 음식상품을 개발하는 측에서는 ‘보신탕’이라는 이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개장, 개장국 등 ‘개’를 붙였던 직관적인 음식 이름이 이승만 정권 때 개를 먹는 것이 야만스럽다는 압력에 의해 몸을 보한다는 ‘보신탕’으로 슬그머니 순화됐다. 애연가들의 흡연 공간이 줄어들 듯 보신탕을 사먹을 수 있는 업소도 점점 줄고 있다. 하지만 더위를 이기는 고단백 음식을 찾는 인간의 욕구는 끊임없고, 특유의 개고기 향을 없애기 위해 사용했던 들깨와 깻잎의 맞춤 양념 맛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이 박여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외식 전문가들은 기존의 개로 만든 보신탕 양념은 그대로 사용하되 대중적으로 호불호가 없는 육류를 찾게 됐다. 들깨와 깻잎을 같이 사용하고, 지방이 적은 개고기와 유사한 소의 양지머리나 홍두깨 부위를 결대로 찢어 국에 넣은 뒤 쇠고기 보신탕 또는 우신탕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체인점도 생겼다. 호주산 양고기 수입이 왕성해지면서 양고기 전문 구이점에서는 양고기를 구워 먹은 뒤 들깨양념으로 양 냄새를 살짝 감추면서 전골이나 탕요리를 만들어 팔고 있다. 개고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계속 우호적이었다면 쇠고기 보신탕이나 양고기탕 개발은 더뎌졌으리라.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벽돌집=서울 송파구 중대로9길 36. 보양탕 1만2000원
○ 일미옥=서울 서초구 서초대로19길 10-21. 쇠고기 보신탕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