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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삼복더위… 양고기-쇠고기도 훌륭한 보양식

입력 | 2019-08-08 03:00:00


서울 송파구 벽돌집의 보양탕.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충북 충주시 인근의 지역사회개발 자문위원이 돼 여러 번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모임을 주관하던 마을회장은 멀리서 오는 위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삼복더위에 영양 보충이 될 수 있는 음식으로 마련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토종닭 백숙을 상상하며 갔는데 개수육이 나왔다. 동네 주민 한 사람은 며칠 전 봤던 그 누렁이냐고 물어왔다. 몇십 년 전 시골 풍경을 보는 듯했다. 개수육 시식이 끝나니 깻잎과 들깨가 듬뿍 들어간 개장국이 나왔다. 참석자 대부분이 중년 남성이었는데, 꽤 흐뭇한 표정이었다.

요즘 개고기는 민감하고 불편한 소재다. 개를 반려동물로만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예로부터 개고기를 다양하게 먹어온 음식디미방(조선 후기 한글조리서)의 자료 및 프랑스 역사 속 개고기 유통의 근거까지 제시하며 개식용 문화의 역사와 당위성을 주장하는 측도 있다. 양쪽 모두 팽팽한 입장이다.

어쨌거나 개고기 식용 논란을 떠나 음식상품을 개발하는 측에서는 ‘보신탕’이라는 이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개장, 개장국 등 ‘개’를 붙였던 직관적인 음식 이름이 이승만 정권 때 개를 먹는 것이 야만스럽다는 압력에 의해 몸을 보한다는 ‘보신탕’으로 슬그머니 순화됐다. 애연가들의 흡연 공간이 줄어들 듯 보신탕을 사먹을 수 있는 업소도 점점 줄고 있다. 하지만 더위를 이기는 고단백 음식을 찾는 인간의 욕구는 끊임없고, 특유의 개고기 향을 없애기 위해 사용했던 들깨와 깻잎의 맞춤 양념 맛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이 박여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외식 전문가들은 기존의 개로 만든 보신탕 양념은 그대로 사용하되 대중적으로 호불호가 없는 육류를 찾게 됐다. 들깨와 깻잎을 같이 사용하고, 지방이 적은 개고기와 유사한 소의 양지머리나 홍두깨 부위를 결대로 찢어 국에 넣은 뒤 쇠고기 보신탕 또는 우신탕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체인점도 생겼다. 호주산 양고기 수입이 왕성해지면서 양고기 전문 구이점에서는 양고기를 구워 먹은 뒤 들깨양념으로 양 냄새를 살짝 감추면서 전골이나 탕요리를 만들어 팔고 있다. 개고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계속 우호적이었다면 쇠고기 보신탕이나 양고기탕 개발은 더뎌졌으리라.

‘벽돌집’은 보름 동안 숙성된 양고기 전문 구이집으로, 마니아에게 인기가 높다. 보양탕은 푹 곤 양고기 육수에 양고기살, 들깨, 채소 등이 들어간 즉석 전골이다. 여기에 밥을 넣어 끓이면 별미다. ‘일미옥’의 인기 메뉴 중 하나가 쇠고기 보신탕이다. 들깨기름장에 고기를 찍어 먹는 것까지 개고기 보신탕집에서 보던 모양새다. 점심시간에는 쇠고기 보신탕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램랜드’는 한국식 고기구이 방식으로 양고기를 먹는 전문점으로 역사가 길다. 전골은 커다란 사각냄비에 나오는데 잘 익은 커다란 양다리가 통으로 들었다. 깻잎이 덮여 나오지만 특유의 양 냄새는 약간 있다. 물론 마니아들은 이 양고기 향에 더 빠져든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벽돌집=서울 송파구 중대로9길 36. 보양탕 1만2000원

○ 일미옥=서울 서초구 서초대로19길 10-21. 쇠고기 보신탕 8000원

○ 램랜드=서울 마포구 토정로 255. 전골(1인)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