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충전소 없어…시동도 못 건 ‘수소버스 선도도시’

입력 | 2019-08-08 03:00:00

서울市, 2세대 수소버스 운행 차질
연구용 1세대보다 주행거리 1.4배
市, 당초 7대 운행계획 세웠지만 강북충전소 건설 무기연기에다
강서지역선 주민반발 부딪혀 난항




서울 시내를 달리는 유일한 수소버스인 405번 버스 모습. 이 버스는 당초 이달까지만 운행할 예정이었으나 2세대 수소버스 도입이 미뤄지며 서울시는 연장 운행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2019년에 2세대 수소버스 7대를 운행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한 대도 도입하지 않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추진하는 수소버스와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가 미래차 혁신성장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란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현대자동차 등과 수소버스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한 청사진이다. 당시 정부와 지자체들은 2019년 전국에 2세대 수소버스 30대를 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빠졌던 부산시가 6월 환경의 날을 맞아 올해 안에 5대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목표는 35대로 늘었다.

2세대 수소버스는 완전히 충전됐을 때 주행거리가 약 450km로 1세대 수소버스 주행거리의 1.4배다. 서울시가 현재 운행 중인 유일한 수소버스인 405번 버스가 현대차로부터 무상 대여한 1세대 수소버스다. 현대차는 연구용으로 제작한 1세대 수소버스와 달리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 2세대 수소버스를 만들었다.

올해 운행하겠다고 밝힌 35대 중 가장 비중이 큰 곳은 서울시로 7대의 운행을 약속했다. 박 시장은 수시로 ‘서울이 수소차 선도 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운행을 시작한 버스는 한 대도 없다. 서울시가 구매를 확정한 버스도 없고 어떤 노선에 투입할지 정하지도 못했다. 올해가 다 가도록 여전히 한 대도 운행을 못 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2세대 수소버스 운행이 지연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올해 안에 도입이 힘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건 버스 운행을 위한 핵심 시설인 전용 충전소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7대를 목표로 정하며 강북 지역의 공영차고지 한 곳에 버스 전용 수소충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당 계획은 현재 무기한으로 보류된 상태다. 유일하게 건립이 가시화된 버스 전용 충전소는 산업부 공모 사업을 통해 강서구 공영차고지에 짓는 것인데 이마저도 주민 반발에 막혀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소충전소 건립은 주민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위험 시설이라는 주민들의 오해를 푼 후 내년 상반기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1세대 수소버스가 충전하는 양재수소충전소는 2세대 수소버스를 충전하기에는 저장 용량이 부족하다. 승용 수소차 이용자에게 개방된 곳이라 버스 전용으로 쓸 수도 없다.

서울시가 올해 새 수소버스 운행을 위해 유일하게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10월에 완공되는 강동구 상일동 GS칼텍스 수소충전소다. 버스 전용은 아니고 일반 이용자들에게 개방되는 충전소다. 서울시는 “GS칼텍스와 버스 전용 충전 시간을 두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버스 충전 전용 시간을 둘 경우 일반 승용 이용자들의 반발이 부담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수도권에 보급된 수소차는 2018년 말 84대에서 지난달 340대로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안에 2세대 수소버스 도입이 불투명해지자 서울시는 당초 이달까지만 운행하기로 했던 1세대 버스 운행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소버스 도입이 지연되는 것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가 일단 정책 목표를 세운 뒤 실행은 계속 미루는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목표 달성이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질의에 서울시 관계자는 “7대라는 서울시 목표는 중앙정부가 전체 목표량을 정한 후 지자체별로 할당하는 식으로 나온 수치”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아닌 정부가 세워준 목표라는 의미다. 해당 사업을 총괄하는 환경부는 반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먼저 지역 상황을 고려해 목표를 제시한 후 정부가 취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마다 올해 안에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2세대 수소버스를 운행하겠다고 밝힌 7개 지자체 중 7일 현재 경남 창원시를 제외하면 운행을 시작한 곳은 없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