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르면 오늘 법무부 등 7, 8개 부처 장관급 인사를 교체하는 개각을 발표한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로 촉발된 한일 무역전쟁과 안보 위협 등 이중삼중의 위기상황에서 이뤄지는 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고, 향후 정국을 어떻게 이끌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미증유(未曾有)의 위기에서 정부 부처를 이끌 리더의 기준은 첫째도 실력, 둘째도 실력이어야 한다. 더 이상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논란에 휘말릴 여유가 없다. 함께 일해 본 사람만 다시 쓰는 ‘회전문 인사’가 돼서도 안 된다. 그런데 지금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의 면면은 ‘편 가르기’나 그릇된 현실 인식으로 국론을 분열시켜온 이들이어서 우려스럽다.
법무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조국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현 정부의 연이은 인사 참사를 초래한 책임이 누구보다 크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치에 앞장서 국민을 분열시켜왔다. 그의 중용은 야당을 국정 운영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새 주미대사에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열어갈 전문성과 균형감각을 갖춘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 그동안 후보자로 거론됐던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는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발언을 했던 게 논란이 돼왔으며 본인도 고사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해상 노크 귀순’ 등 군 기강 해이에 책임이 큰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외교 현안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유임시키려는 걸 이해하는 국민도 많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는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한일 경제전쟁에 미중 무역 갈등까지 겹친 경제난에 남쪽을 우습게 보는 북한의 오만한 도발로 안보가 위태로운 작금의 현실에서 공직사회를 다잡고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사를 보여줘야 한다. 정파를 뛰어넘는 능력 위주의 인사로 국정쇄신 의지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위기 극복의 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