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복사냉각 기술’ 주목 열 흡수-반사하는 알루미늄 활용… 하늘 향해 열기 내보내 온도 낮춰 주간 6도, 야간 11도가량 떨어져… 에어컨 없이 건물 냉각 효과 입증
1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광 복사냉각 장치. 2 도심 빌딩 옥상에 복사냉각 시스템을 설치해 빌딩 내부의 열을 하늘로 방출하는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 빌딩이 받아들인 열을 하늘로 복사시켜 방출해 빌딩의 온도를 낮춘다. 3 미국 버펄로대 연구진이 개발한 복사냉각 시스템. 미국 스탠퍼드대·미국 버펄로대 제공
미국 듀크대 연구진이 지난해 말 공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력 소비가 많은 중국 상하이의 경우 여름철 온도가 1도 상승하면 전력소비가 14.5% 늘어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전력 수급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전기를 쓰지 않고도 도심 속 빌딩을 시원하게 만들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4년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건물 냉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미래를 바꿀 아이디어로 지목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주목받는 기술이 복사냉각을 이용한 방식이다. 낮에 햇빛을 받아 뜨거워진 지표면이 밤새 열을 방출하며 온도가 내려가는 원리를 빌딩에 적용해 흡수한 열기를 신속하게 복사를 통해 바깥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최근 연구 중인 에너지 자립형 기술 가운데 가장 유망한 냉방기술로 손꼽힌다.
알루미늄은 태양빛을 반사하는 효과가 있다. PDMS라는 고분자 물질은 주변 공기에서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특성이 있다. 연구진은 바닥이 윗면보다 작은 사각뿔대 모형의 구조물을 만들어 바닥면을 PDMS에 알루미늄을 코팅한 소재로 처리하고 건물 꼭대기에 설치했다. 건물이 받은 열을 바닥면이 흡수해 하늘을 향해 복사 방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으로 건물 내부의 온도를 주간에는 약 6도, 야간에는 약 11도 낮출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를 주도한 류 저우 버펄로공대 및 응용과학대학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고분자 물질은 열복사를 통해 주변 온도를 낮출 수 있어 전기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도 빌딩을 냉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복사냉각 방식으로 빌딩을 식히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산후이 판 교수는 2014년 11월 전기를 쓰지 않고 빌딩을 식히는 ‘광 복사냉각’ 장치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했다.
흔히 열은 물질을 흐르는 전도나 가열된 공기가 흐르는 대류, 물체로부터 열이 방출되는 복사 방식으로 전달된다. 판 교수 연구진은 이 중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통한 열복사 방식에 주목했다.
판 교수는 2017년 이 연구를 더 진전시켜 같은 원리로 광 복사냉각 장치 표면을 흐르는 물의 온도를 주변 기온보다 낮추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현재 판 교수와 동료들은 ‘스카이쿨시스템스(Skycoolsystems)’라는 회사를 창업해 광 복사냉각 장치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판 교수는 “건물 내부의 열을 시스템에 전달하는 방법과 큰 빌딩에 적용할 수 있는 대규모 패널을 대면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미래에는 전기에너지 없이 빌딩을 냉각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