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리셋하는 일본]<4>아베 독주 힘싣는 젊은 보수들
한국 문화를 즐기면서도 자민당 등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일본 젊은층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달 20일 일본 참의원 선거 하루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원 유세장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한 여성이 참가자들과 아베 총리를 응원하고 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현장에서 만난 20대 남성 직장인 다나카 씨는 취재 요청을 받자마자 자신의 스마트폰부터 내밀었다. 트와이스, 레드벨벳 등 한국 걸그룹의 최신곡이 가득했다. 이름 대신 성(性)만 공개한 그는 한인 밀집지역 신오쿠보(新大久保) 내 한국음식점에도 자주 간다고 했다. 그런 다나카 씨는 “한국 음악과 음식을 좋아하지만 아베 총리와 집권 자민당의 정책을 지지한다. 또래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젊은층까지 파고든 일본 사회, 유권자의 우경화 모습은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하게 만든 원천의 하나인 셈이다.
○ 아베 3기 내각부터 본격화된 우경화
다나카 씨와 같은 많은 일본 젊은이는 ‘한국을 때리는’ 자민당과 그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30대 이하 유권자의 41%가 자민당 비례대표 후보를 지지했다. 이는 60대 이상 중장년층의 지지율(34%)보다 7%포인트 높았다. 12년 전인 2007년 참의원 선거 때의 지지율(21%)과 비교하면 약 2배로 늘어난 셈이다.
2016년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우경화가 진행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카노 고이치(中野晃一) 조치대 국제교양학부 교수는 2016년 저서 ‘우경화하는 일본 정치’에서 “일본 정치는 이미 30년 전부터 조금씩 오른쪽(우경화)으로 옮겨왔다. 아베 정권이 물러나도 우경화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사회 전반의 ‘우향우’ 뚜렷
문화예술계의 우경화도 뚜렷하다. 최근 일본 4인조 록 밴드 ‘래드윔프스’, 포크 듀오 ‘유즈’ 등 일본 가수들은 ‘야스쿠니(靖國)신사’, ‘히노마루(일장기)’ 등 군국주의를 연상케 하는 노래를 잇달아 발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대중 가수들이 이 신사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데도 이에 대한 경각심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아베 정권은 최근 우익 성향으로 유명한 여가수 시나 린고(椎名林檎·41)를 내년 도쿄 올림픽 음악감독으로 기용했다. 그는 2013년 ‘새로운 문명개화’란 노래의 뮤직비디오에서 욱일기를 흔들고, 이듬해에는 군국주의 내용의 ‘닛폰’이란 노래를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이처럼 우경화한 사회의 덕을 보기 시작한 자민당은 젊은 유권자의 보수화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계속 내놓고 있다. 참의원 유세 때는 젊은층이 즐기는 게임 ‘파이널 판타지’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아마노 요시타카(天野喜孝)를 기용해 아베 총리를 ‘무사’로 형상화한 대형 수묵화 포스터를 만들어 시부야, 롯폰기 등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에 걸었다. 총리의 측근이자 지난달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가능성은 100%”라고 주장한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기획한 행사였다.
도쿄=김범석 bsism@donga.com·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