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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자유무역 혜택 본 日 이율배반… 외교적 노력은 계속”

입력 | 2019-08-09 03:00:00

[日 2차 경제보복]국민경제자문회의 개최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일본의) 조치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라면서도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일본은 자유무역 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이고, 자국에 필요할 때는 자유무역주의를 적극 주장해 온 나라이므로 이번 조치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라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 반도체 핵심 소재 3개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한 지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1건의 수출을 허가했지만 일본이 언제든 다시 한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백색국가 배제를 철회할 때까지 외교적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 文 “일본 경제보복 승자 없는 게임”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실제 피해가 없을 수도 있다”며 “일본이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 조치만으로도 양국 경제와 국민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며 “결국은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변명을 어떻게 바꾸든 일본의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며 “일본은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일본이 백색국가 배제 등 경제보복을 철회하지 않는 한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위협적인 조치로 한국 경제를 흔들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1개 품목 수출 허가 승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다른 품목 역시 빠른 시간 안에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며 “백색국가 배제가 조속히 철회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국제 자유무역 질서가 훼손된다”며 “결국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세 번째다. 문 대통령은 매년 말에 이 회의를 주재했는데, 일본 수출 규제 조치로 상황이 급박한 만큼 이번엔 당겨 열었다.

○ “부품 국산화 위해 대·중소기업 상생 강화”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실제 피해와 별개로 부품·소재 국산화 지원 정책은 계속 해나갈 것이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3개 품목을 개별허가 품목으로 바꿨을 때부터 우리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단기 대책부터 장기 대책까지 준비하고 발표해왔다”며 “과도하게 한 나라에 의존한 제품에 대해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민간위원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한국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으려는 보복 조치”라며 “경제 분야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한국의 경제발전에)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일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 아베 (신조 총리의)의 일본은 (이런)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되돌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서도 “(미중은) 과거 영국, 독일 관계와 닮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한국은 주요국 중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부터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두 차례 세계대전의 배경이 됐던 영국과 독일 관계처럼 정면충돌로 갈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 중국,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

대기업의 역할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민간위원은 “세계 경제 질서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막대한 정부 예산이 필요한 만큼 무분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무작정 정부 지원을 신청한다고 해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답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