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방어 안나서며 ‘7위안’ 용인… 전문가 “7.5위안까지 올라갈수도” 미중 환율전쟁 수위 더 높아질듯
중국 외환 당국이 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를 공식화했다. 미국이 포치를 계기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음에도 위안화 고시환율이 약 11년 4개월 만에 7위안 선을 넘어서면서 미중 환율전쟁의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은 8일 위안화 고시환율을 달러당 7.0039위안으로 발표했다. 위안화 고시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은 건 글로벌 외환위기가 진행되던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위안화 고시환율은 전날보다 0.06%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하며 지난달 31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중국 역내 시장의 위안화 환율은 고시환율의 2% 범위 내에서 거래된다. 고시환율이 외환 거래의 기준인 셈이다. 런민은행은 전날 상하이 역내 시장의 달러-위안화 환율 종가와 유로화, 일본 엔화 등에 가중치를 부여해 고시환율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 중국 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중국 환율정책의 기조가 고시환율에 반영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날 발표된 고시환율은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 등이 집계한 이날 고시환율 전망치는 달러당 7.01∼7.02위안 수준이었다. 캐나다계 스코셔은행의 가오치 연구원은 “중국은 시장의 패닉을 막길 원하며 위안화 가치를 당분간 안정시키려는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어 위안화 가치는 당분간 계속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미국의 관세 전쟁에 반격하는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CNBC방송은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의도와 달리 미국 주가와 위안화 환율의 역(逆)상관관계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안화 환율이 상승하면 미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CNBC는 중국이 미 주식시장 공격을 의도했든 안 했든 현재 미 증시의 가장 큰 변수는 위안화라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중국에 대한 관세율이 25%까지 오르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5위안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