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용 병실에서 간병을 하다 보니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쉽지 않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빛, 소리, 온도를 모두에게 적정한 수준으로 조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더군요. 특히 온도가 가장 문제였습니다. 하긴 몇 십년간 함께 지낸 우리 부부도 아직 실내온도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 하고 있죠. 결국 더 병약하고 연로하신 환자의 의견에 따라야 했습니다.
병실에 목소리가 크고 흥분을 잘 하는 가족이 계셔서 하루 만에 그 집의 대소사를 꽤 잘 알게 되었습니다. 속상한 일이 많은 집이더군요. 타인을 잘 배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어디에든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을 땐 자기중심성이 더 강화되고, 이타적이던 사람도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죠.
자기중심적이지 않은 친사회적 능력을 갖추려면 타인에 대한 긍정적 관심과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집중력은 한 가지에 집중하는 선택적 집중력과, 길을 가며 주변을 살피지만 목적지를 잊지 않는, 하나를 하면서 다른 것도 하는 교대(alternating) 집중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감정이 격해지거나 역경에 처하면 한 가지에 지나치게 집중을 하게 돼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교대 집중력이 저하됩니다.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다보니 큰 그림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이타적이고 선한 마음이 있어도 교대 집중력이 부족해서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한 꼰대나 반항아로 오해받게 되곤 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죠. 더워하는 아들을 위해 좀 시원하게 있자는 말을 참기 위해 혀를 깨물었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같이 공존하기 위해선 늘 한 번씩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고 심호흡을 하고 내가 타인을 배려하지는 못 해도 존중은 하고 있는지 충돌할 필요가 없는 것들은 융통성 있게 피해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죠.
아들아, 더운데 잘 참았다. 이제 집에서 에어컨 빵빵 틀어놓고 자유를 즐기자. 자유의 법칙은 남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기의 자유를 확장시키는 것이고, 너는 공동생활에서 그 법칙을 잘 지킨 것이란다. 그러면 이 세상은 좀 더 멋진 곳이 되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