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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 한국계 美외교관, WP에 트럼프 비판 칼럼 쓰고 사표

입력 | 2019-08-09 21:38:00



척 박 링크드인 계정

한국계 미국 외교관이 8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사표를 던졌다. 26세 때 ‘미국판 외무고시’ 157기로 임용돼 10년간 일했다는 척 박은 이날 WP에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 안주 국가’ 일원임을 견딜 수 없다”며 그의 반(反)이민, 인종차별성 정책들을 강력 비판했다.

그는 “매일 행정부가 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비자를 거절하고, 국경 안보·이민·무역 등의 현안에서 지시 사항을 그대로 따랐다. 사표를 쓰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 부끄럽다. 공짜 주택과 퇴직 연금 등 직업적 특전 때문에 양심을 속였다”고 자성했다. 특히 “올해 7살인 아들에게 이 정권의 행위에 공모했음을 설명할 수 없다. 나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어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온 이민자 후손인 본인과 형제자매에게 성장 기회를 준 미국 사회에 의무감을 느껴 외교관이란 직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세 차례의 해외 파견 근무에서 미국적 가치라고 생각한 자유, 공정, 관용의 확산을 위해 일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의 모순적 상황에 대해 외국 측에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렀고 점점 방어적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2016년 11월 인종주의, 여성 혐오, 음모 이론을 앞세워 유세하던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 밤에도 나는 미 민주주의의 힘을 선전했다. 이후 대통령이 주창한 ‘독이 든 의제(toxic agenda)’를 전 세계에 퍼뜨리려는 인사들을 위해 출장 일정을 계획하고, 만남을 예약하고, 문을 붙잡아 열어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회고했다. 또 “미국에선 수천 명의 불법체류 청년들이 쫓겨나는데 멕시코 영사관 행사를 열면서 ‘미국의 우정과 개방성’을 이야기하는 일은 모순이었다”고 일갈했다.

동료 공무원 또한 이런 상황에 물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3년간 내부에서 조직화된 ‘반(反)트럼프’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 2017년 1월 이슬람권 7개국 출신자의 입국 금지 조치에 항의하기 위한 내부 문서에 서명하자 몇몇 선배가 ‘경력에 해가 될 일을 왜 하느냐’고 책망했다”고 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