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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77억 인구, 사는 곳 달라도 먹는 건 똑같네

입력 | 2019-08-10 03:00:00

◇음식의 말/레네 레제피, 크리스 잉 엮음·박여진 옮김/284쪽·1만4800원·윌북




첫 장의 제목은 ‘모두가 납작한 빵에 고기를 싸 먹는다’다. 한국이라면 예외가 아닐까? 하지만 여기서의 ‘빵’은 납작한 크레페나 토르티야도 포함한다. 우리에게는 메밀전병이 있다. 케밥이나 타코도 이제 한국인에게 낯설지 않다. ‘영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 1위에 매번 오르는 음식은 무엇일까? 피시 앤드 칩스가 아니라 커리의 일종인 ‘치킨 티카 마살라’다.

책을 구성하는 19개 장은 저자도, 다루는 화제도 제각각이다. 엮은이는 2011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붉은색 서커스 텐트에 요리사, 레스토랑 운영자, 작가 등 300명을 초청해 ‘음식의 미래’를 논의했다. 국제 요리공동체 ‘MAD’(덴마크어로 ‘음식’)가 이렇게 시작되었고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다양한 화제를 하나로 묶는 주제는 머리말의 제목인 ‘당신과 나는 같은 것을 먹는다’이다. ‘세계 음식’에 대한 담론은 대체로 지역적 특이성을 부각시켜 왔지만 저자들은 ‘일단 음식은 다 같은 것으로 보자’는 데서 출발한다. 자연 조건도, 문화도 다른 여러 지역의 음식들이 똑같을 리는 없다. 그러나 음식들을 들여다보면 문명 간의 교류에 따라 하나로 이어진 세상이 보인다.

세계 어디서 처음 닭을 기름에 튀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인이 튀긴 닭 요리를 먹는다. 미국인은 하루에 13억 개 이상의 닭 날개를 먹어 치운다. 매운 양념치킨은 한국만의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미국식 프라이드치킨과 이웃 나라 닭요리들의 영향이 깃들어 있고, 이제는 다른 나라의 요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는 참깨와 참기름의 향기를 한국적인 것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미국인들도 참깨를 ‘햄버거 빵에 박힌 희끗한 씨앗’으로 명료하게 기억한다. 참깨는 인더스강 유역에서 처음 경작돼 중동에서 빵에 뿌리는 재료로 애용됐다. 참깨와 시럽을 반죽한 과자 ‘할와’는 유대인이 세계에 퍼뜨렸다.

열세 번째 장 ‘인간은 무엇이든 먹는다’는 사람이 먹는 동물 종(種) 이름을 열거하는 것만으로 여덟 쪽을 채운다. 칠면조나 넙치 같은 친숙한 이름과 거미, 노린재 같은 이름이 함께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