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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비판 칼럼 쓰고 사표 던진 한국계 美외교관

입력 | 2019-08-10 03:00:00

WP에 反이민정책 비판 글 기고
“관용과 공정 사라지는 미국상황, 직업특전에 빠져 양심 속여와” 자성




한국계 미국 외교관이 8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공개 사직서를 기고했다. 26세 때 ‘미국판 외무고시’ 157기로 임용돼 10년 가까이 일했다고 밝힌 척 박(사진)은 이날 WP에 “더 이상 ‘자기만족적 국가(Complacent State)’의 일원임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내 아들은 (미국으로 넘어오려다 6월)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부녀가 발견된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태어났다. 이 정권에 공모했다는 것을 올해 7세가 되는 아들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설명할 수 없어 사임한다”고 했다. 그는 CNN에 “일종의 최후 진술로 썼다. 진정한 저항은 내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P 기고문에서 그는 행정부 관료 사회가 조직화된 ‘반(反)트럼프’ 움직임이 없이 자기만족적 행태만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매일 행정부의 우선순위에 따라 비자를 거절한다. 국경 안보, 이민, 무역 등 현안에서도 행정부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따른다. 이 결정(사직)까지 너무 오래 걸려 부끄럽다. 거주지 제공, 퇴직연금 같은 외교직의 특전에 빠져 양심을 속였다”고 자성했다. 그는 “2016년 11월 인종주의, 여성 혐오 등을 앞세운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에도 나는 미국 민주주의의 힘을 선전했다. 이후에도 대통령의 ‘독성 의제(toxic agenda)’를 세계에 퍼뜨리려는 인사들을 위해 출장 일정을 계획하고 만남을 예약했다”고 회고했다.

찰스(척) 박이란 이름을 쓰는 그의 링크트인 계정에 따르면 그는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한국에서 온 이민자 후손인 나와 형제자매에게 성장 기회를 준 미국 사회에 의무감을 느껴 공직을 택했다. 세 차례의 해외 파견 때 미국적 가치라고 믿은 자유, 공정, 관용의 확산을 위해 일했다”고 했다. 하지만 파견국 국민에게 고국에서 벌어지는 모순을 해명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고백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