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News1
북한이 이례적인 이중 행보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전망에 혼선을 주고 있다. 북미 특유의 ‘탑 다운’ 방식에 따른 전개 방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10일 함경북도 함흥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 지난 6일에 이어 나흘 만의 군사 도발이자 지난달 25일 미사일 발사 재개 이후 16일 만에 5번째 군사 행보다.
북한의 군사 행보는 한미에 대한 동시적인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당시 북한이 실무협상에 응하지 않은 이유는 현재 한미가 진행 중인 합동 군사훈련에 대한 강도 높은 불만 때문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7월 16일 한미 합동훈련과 실무협상의 개최 여부를 연계하며 압박을 펼치다 열흘 만인 25일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의 도발은 신형 방사포와 미사일을 번갈아 발사하는 방식으로 16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달 말까지 이어지는 한미 군사훈련 기간에는 대화 움직임보다는 도발과 비난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이날 발사체 발사 직전, 현지시간으로 9일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받았다는 친서를 전격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매우 아름다운 편지”라며 “매우 개인적인 내용이며 긍정적 서한”이라고 밝혔다. 북미 두 정상의 개인적 친분이 과시된 서한이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서한에는 김 위원장이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서한을 발송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공개한 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사체를 추가로 발사했는데, 앞뒤 상황을 종합해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일련의 군사 행보를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췄음을 트럼프 대통령에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핵화에 대한 의지도 분명하며 이를 위한 북미 대화 자체는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해 북미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도 여전함을 정상 간 ‘친서 교환’으로 풀어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신형 방사포나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 대해 “유엔 결의 위반일 수는 있어도 북미 합의 위반은 아니다”라거나 “그것은 작은 것들”이라며 북한을 적극적으로 감싸 안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친서 교환 과정에서도 “나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마음에 든 적이 없다”라거나 “미사일 발사는 모두 단거리였다”라고 언급하며 북한의 입장을 재차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두 정상의 친서 외교의 관례를 생각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 이 친서에 이번 발언의 내용보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화에 대한 메시지가 담길 수도 있다.
한미 연합훈련과 북미 대화가 겹치는 국면에서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렵던 대화 방식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정부에게는 부담이기도 하고 ‘새로운’ 전략 마련에 고심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이 싫다”라면서도 훈련과 연습을 유지하고 있고 동시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강하게 반발하며 ‘남조선’을 겨냥해 비난전을 가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낼 수 없는 정부는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로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의 연이은 대남 강공 메시지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점점 밀려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부담을 해소한 새로운 ‘중재자, 촉진자’ 입지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