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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의 대형마트… 매장 혁신-전문점 강화로 돌파구 찾을까

입력 | 2019-08-12 03:00:00


이마트가 최근 초특가를 내세운 ‘국민 가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고객 모시기에 나섰지만 10일 경기 고양시 이마트 일산점 매장은 한산한 모습이다. 고양=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10일 찾은 경기 고양시 이마트 일산점 매장은 주말 오후 시간인데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코너에는 사람들이 조금 있었지만 다른 코너에는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 곳곳에선 ‘국민가격’ ‘마트 고수의 선택’같이 초저가를 내세운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1병에 4900원’이라는 초특가로 최근 화제가 됐던 와인도 판매 중이었지만 구경하는 손님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 매장 안 손님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으로 20, 30대 젊은 고객들은 거의 없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적어도 주말에는 사람들이 항상 많았는데 이제는 물건을 사고 안 사고를 떠나 마트 자체를 잘 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온라인쇼핑 성장과 각종 규제에 발목

한때 소비시장을 이끌며 승승장구하던 대형마트가 온라인 쇼핑 등 소비 패턴의 변화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다. 업계 선두인 이마트의 사상 첫 적자는 이 같은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2분기(4∼6월) 연결 영업손실이 299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 대비 14.8% 늘어난 4조5810억 원이었다. 이마트가 적자를 낸 것은 2011년 5월 ㈜신세계로부터 대형마트 사업부문을 분리해 이마트를 신설한 이후 처음이다. 트레이더스가 14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선전했지만 주력인 대형마트가 43억 원, 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이 188억 원의 손실을 보면서 결국 적자 전환했다. 같은 날 공시된 롯데마트 역시 33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2분기(―273억 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홈플러스는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7.59% 줄었다.

대형마트의 잇따른 부진은 온라인 쇼핑 등 소비 패턴의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일부 공산품에 집중됐던 온라인 쇼핑이 과일 육류 채소 등 신선식품까지 번지면서 대형마트를 위협했다. 최근 급증한 식자재 전문 마트 등도 영향을 줬다. 이마트가 온라인몰을 강화하기 위해 ‘SSG.COM’에 힘을 쏟았지만 올해 2분기 성적은 113억 원 적자였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젊은층의 소비 패턴이 이미 온라인 쪽으로 바뀐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채소 육류 등 대형마트의 강점이었던 신선식품 시장까지 온라인이 장악했다”며 “대형마트의 부진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최저임금과 보유세가 오른 것과 함께 의무휴업 등 대형마트에 대한 각종 규제도 발목을 잡았다.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명분 아래 도입한 규제들이 골목상권은 물론이고 대형마트 상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도입한 규제들은 대부분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규제를 통한 영업 제한으로 소비자들은 전통시장보다 모바일 쇼핑을 선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 자구책 내놓았지만

대형마트들은 매장 혁신과 전문점 강화 등으로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이마트는 올해 1호점인 서울 창동점 등 노후 점포를 리모델링하고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전자제품 전문 매장인 일렉트로마트를 10여 개 더 늘릴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체험형 매장 등 공간 변화와 함께 해당 점포를 잘 아는 현장 직원의 권한을 확대해 자율적 맞춤형 매장을 늘릴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특징을 결합한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초특가 가격 경쟁도 공통적인 대응 전략이다. 이마트는 와인 1병 4900원 등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롯데마트는 통 큰 치킨(1마리 5000원)을 부활시키는 등 ‘극한 가격’ 행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위 교수는 “마진을 최소화하면서까지 손님을 어떻게든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지만 과도한 가격 경쟁은 적자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