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조쉬 린드블럼은 올 시즌 투수 4관왕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11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8승째를 챙겼다. 사진은 키움전 4회 수비 때 병살을 유도한 뒤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는 린드블럼. 고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19시즌 조쉬 린드블럼(32·두산 베어스)에게 투수 4관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식어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프로야구 출범 원년(1982년)부터 단 네 차례에 불과한 대기록 작성에 대한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1989시즌~1991시즌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전 야구대표팀 감독)과 2011시즌 KIA 윤석민이 다승과 평균자책점, 삼진, 승률의 4개 부문 타이틀을 거머쥔 바 있다. 린드블럼은 외국인 최초로 이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 과정은 매우 순조롭다.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투수 4관왕에 오른 사례는 1989~1990시즌 선동열인데, 린드블럼이 29년만에 그 기록에 도전한다. ‘선동열 로드’를 걷고 있다는 의미다.
1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6이닝 동안 7안타(2홈런) 2볼넷을 허용했지만 삼진 3개를 곁들이며 2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한 타선의 지원까지 더해 12-7 승리를 이끈 린드블럼의 올 시즌 성적은 18승1패, 평균자책점 1.95, 142삼진, 승률 0.947이 됐다. 투수 부문 시상 항목 6개 가운데 홀드와 세이브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당당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삼진 부문에서도 2위 김광현(SK 와이번스·138개)과 격차를 4개로 벌렸다.
11일에도 최고구속 148㎞의 포심패스트볼(포심·41개)과 컷패스트볼(커터·27개), 체인지업(10개), 커브(9개), 스플리터(7개)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키움 타선을 잠재웠다. 김하성~제리 샌즈~박병호로 이어지는 키움의 강력한 2~4번 타순을 상대로도 두 차례 출루를 허용한 게 전부였다. 2회 김하성의 좌전안타, 6회 박병호의 중월 솔로홈런이 그것이다. 모두 오른손잡이인 세 명을 상대로 커터와 커브를 적재적소에 곁들인 장면도 돋보였다. 이정후와 서건창 등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이 효과를 봤다. 포심의 구위가 뛰어난 데다 완성도가 높은 다양한 변화구를 지닌 덕분에 얼마든지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만큼 위험요소가 적으니 당연히 벤치의 믿음도 확고하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린드블럼이 더 말할 나위 없이 자기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했다.
린드블럼은 “여전히 개인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다. 지금은 그에 대해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늘 많은 점수를 내주는 타자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밝혔다.
고척|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