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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국민들, 20년째 집권 푸틴에 피로감… 6만명 反정부 시위

입력 | 2019-08-12 03:00:00

내달 선거 野후보 등록거부가 촉발… 4주째 시위… 참가규모 점점 커져
크렘린 향해 행진하던 245명 체포… 푸틴 지지율 43%… 18년만에 최저




푸틴, 강제합병 크림반도 오토바이 질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10일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열린 바이크쇼에 참석해 러시아 국기를 꽂은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다. 친푸틴 성향의 오토바이 단체 ‘밤의 늑대들’ 회원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다. 세바스토폴=AP 뉴시스

10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민 수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4주째 이어졌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 선거 당국에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시위였지만 그 배후에는 2000년부터 약 20년째 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대한 반발과 피로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모스크바 시내에서 약 6만 명이 모여 공정선거를 촉구했다. 러시아 선거 당국이 다음 달 8일 열리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한 것이 그 이유다.

러시아 선거법에 따르면 중앙 의회에 진출한 4개 정당에서 공천을 받은 후보를 제외한 무소속 후보는 시의회 선거 후보 등록을 위해 선거구 유권자 3% 이상의 지지 서명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이 “일부 무소속 후보가 제출한 유권자 서명이 가짜이거나 사망자의 서명으로 드러났다”며 유력한 야권 후보의 등록을 거부하면서 시위가 촉발됐다. 지난달 20일 시작된 시위 첫날에는 1만200여 명이 참가했다. 4주 차인 10일에는 6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이날 브랸스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로스토프나도누 등에서도 시위가 열리는 등 장소도 확대되고 있다. 이날 시위는 2011년 이후 러시아에서 일어난 가장 큰 정치 집회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시위대는 ‘푸틴 타도’ ‘러시아에 자유를’ 등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 수백 명은 대통령 관저 크렘린궁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당국이 강경 진압을 시도해 이날 하루에만 모스크바에서 245명이 체포됐다.

7월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현 임기가 끝나는 2024년 이후에도 대통령으로 남아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난해 27%에서 올해 38%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6월 정년 및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는 연금법 개혁안을 발표한 후 민심 이반이 상당하다. BBC 러시아어 인터넷판은 9일 설문조사회사 ‘폼’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 지지도가 2001년(42%)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인 43%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합병 전까지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대로 고공행진했지만 이후 경제가 지지부진하자 지지율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 처음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당시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했다. 2008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고 자신은 총리로 물러났지만 ‘상왕’ 노릇을 하며 사실상 집권을 계속했다. 그는 2012년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하고 있지만 3번 집권에 대한 금지 규정은 없다. 이를 노린 일종의 꼼수란 비판이 거셌지만 개의치 않았다. 지난해 3월 대선에서 다시 당선돼 4번째 집권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서 최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3연임을 금지한 헌법을 수정하는 개헌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