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카타 베키 서울대 선임연구원
“내 말 잘 들어. 사람들이 널 좋아하지 않는 건 네 잘못이 아니야.” ―이민진, ‘파친코’
우리는 차별을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차별을 안 하진 않는다. 그럴싸한 이유를 대고 정당화할 뿐. 나는 어릴 적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 근처에 사는 자이니치(재일 한국인) 가족을 어른들 말만 믿고 ‘수상한 사람들’로 생각했다. 그들은 얼마나 슬프고 억울했을까.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파친코’에서 자이니치는 늘 차별받는 존재다. 주거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고 교육에 있어서도 빈곤이 큰 장애물이다.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한다. 주인공 모자수의 아버지는 모자수의 형 노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를 한 인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는 건 아주 용감한 일이야.” 이런 상황에서 자기를 잃지 않고 버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모자수는 다른 차별 지역에서 전학 와서 무시당하고 있는 일본인 학생 하루키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널 좋아하지 않는 건 네 잘못이 아니야.” 차별은 받는 이가 아니라 하는 이의 문제다. 모자수가 보여준 것은 공감이었다. 상대방 입장에 나를 놓고 한 말에는 설득력이 있다. 하루키는 모자수에게 받은 용기를 가슴에 안고 훗날 경찰관이 된다. 모자수 또한 이 친구와의 우정을 버팀목으로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한다.
재일 한국인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다룬 이 책은 2017년 미국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잔혹한 현대사 속에서도 결코 생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의 숨결은 공감의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공감은 국경도 민족도 초월한다. 이 소설은 내년 미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된다. 기묘하게 아직 이 소설의 번역판이 나오지 않은 일본에서는 물론 세계에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는 메아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문화의 힘이란 바로 공감의 힘이니까.
요시카타 베키 서울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