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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버스 안전, ICT가 책임집니다”

입력 | 2019-08-12 03:00:00

[생명운전 1000명을 살린다]<14> SK하이닉스의 철저한 안전관리




김헌희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 차장이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사업장 내 통근버스 승하차장에서 버스 출입문 쪽에 놓인 소화기를 점검하고 있다. 이천=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D램 반도체 생산업체 SK하이닉스는 매일 1만 명이 넘는 직원이 통근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SK하이닉스는 본사와 생산설비가 경기 이천시에 있다. 경기 성남시에는 경영지원 부서가 있고, 충북 청주시에도 생산설비가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직원들 중 1만1400여 명이 통근버스를 이용해 이천과 성남, 청주를 오간다.

본보 취재팀은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와 함께 지난달 29일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의 통근버스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공단과 SK하이닉스는 올해 7월부터 ‘통근버스 안전을 위한 업무협업’을 강화하기로 하고 통근버스 안전점검과 운전자 휴식시간 관리 등의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오전 11시 반경, 사업장 정문 근처에 있는 통근버스 승하차장에는 41∼45인승 버스 약 200대가 세워져 있었다. SK하이닉스의 통근버스 운영업무를 맡은 자회사 SK하이스텍의 최형욱 통근서비스팀장은 “전세버스 업체 14곳과 계약해 하루 480개 노선에서 745회 운행한다. 이들 통근버스의 하루 주행거리를 더하면 4만2000km에 달한다”고 말했다.

김헌희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 차장이 버스 3대를 무작위로 골라 안전관리 상태를 점검했다. 김 차장은 차량 안팎을 둘러보며 타이어 마모와 안전띠 상태, 비상탈출장비 구비 여부 등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버스의 최고 주행속도가 시속 110km로 제한돼 있는지도 점검했다. 2013년 8월 이후 생산된 11인승 이상 승합차량은 최고 속도를 시속 110km로 제한하는 ‘속도제한장치’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한다. 일부 운전사들은 갑작스러운 점검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모두 점검에 협조했다. 점검 결과 3대 모두 차량 안전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다.

SK하이닉스는 직원들을 실어 나르는 통근버스의 안전 운행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내비게이션 기술을 활용해 운전사의 과속, 급정거, 급가속 같은 운전습관을 확인하고 있다. 정해용 SK하이스텍 통근서비스팀 대리는 “일반 승용차 운전자들에게 적용되는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통근버스의 특성에 맞는 별도 기준을 만들어 운전자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에게는 통근버스 운행과 관련한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직원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보급했다. 통근버스 승객으로서 느낀 점을 회사에 전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임직원들이 남긴 의견을 바탕으로 전세버스 업체들과는 매월 한 차례 안전관리 점검·평가 회의를 한다.

SK하이닉스는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모든 통근버스 운전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의료시설, 체력단련시설 등 사내 복지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통근버스 운전사 김정오 씨는 “휴식시간은 철저하게 지킨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의사 진료와 약도 무료로 받는다”고 했다. 이진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연구원은 “통근버스는 장거리 노선이 많아 운전사가 과로운전에 내몰릴 위험이 있다”며 “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운전사들이 근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노선버스 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늘고 있어 운전사 부족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공단과 협업에 나선 건 보다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안전관리를 원했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우리의 안전관리 상태가 객관적으로 따졌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협업으로 SK하이닉스는 공단이 매년 대형 사업용 차량과 업체, 종사자의 안전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해 오면서 쌓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공단과의 안전협업에 힘입어 지난해 20건이었던 통근버스의 단순 접촉사고가 올해는 3월까지 3건에 그쳤다. 4월부터는 통근버스 단순 접촉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공단과의 협업으로 회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차량 안전과 관련된 기술적인 부분도 확인해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근버스는 많은 사람을 태우고 이동하기 때문에 한 번 사고가 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올해 6월 충남 아산시에서는 통근버스와 27t 트럭이 충돌해 두 차량 운전자가 모두 숨졌고 버스에 타고 있던 근로자 32명이 다쳤다. 5월 전북 전주시에서는 25인승 통근버스가 앞서가던 1t 트럭을 들이받아 5중 추돌 사고로 이어졌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경기 남부지역의 대규모 사업장과 통근버스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이 세 회사의 하루 통근버스 운행은 약 3000회에 달한다. 공단은 통근버스의 특성에 맞춘 표준 안전관리 기준을 만들어 기업과 공유할 계획이다.

○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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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