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수학을 좋아하는 (논리적인) 아시아계 미국인이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최적의 상대라며 대선에 뛰어든 사업가 앤드루 양은 지구 온난화에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의 주장은 미국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15%만을 차지하며 배출을 줄인다 해도 개발도상국들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비관론이었다. 이를 근거로 그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을 고지대로 이주시키는 등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앤드루 양의 이런 입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이에 대한 적응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체류시간이, 지금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멈춰도 이 농도가 35% 수준으로 줄어드는 데 필요한 시간이 100년 정도로 매우 길기 때문이다. 반대로 초미세먼지 유발 물질의 체류시간은 대부분 2, 3일 정도로 짧다. 즉, 인류가 산업 활동을 완전히 멈춘다면 대기오염은 일주일 안에 지구상에서 사라지겠지만 지구온난화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물론 더운 여름에 지쳐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접한다면 귀가 솔깃할 수도 있겠지만 잠시 곱씹어 봐야 할 몇 가지 문제들이 있다. 지구공학 문제를 논의하면서 크뤼천 박사는 지구공학이 석유나 석탄을 펑펑 써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로 연결되는 것을 강하게 경고했다. 무엇보다도 지구적으로 일사량이 줄어들게 될 때 생태계나 식량 생산에 어떠한 영향을 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과연 적절한 온도를 누가 결정해야 할지도 큰 문제 중 하나다. 추운 나라들은 온도를 내리는 게 그리 탐탁지 않을 것이고 더운 나라들은 기왕 하는 것 온도를 더 내리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지구 온난화가 재앙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면 당장 탄소 배출을 멈춰도 지구 온난화의 효과는 지속될 것이니 이럴 때를 대비한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할 것을 크뤼천 박사는 주문했다.
종종 가까운 독자들에게 너무 의견 없이 사실만 나열한다는 불평을 듣곤 하는데 지구공학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견을 남기려 한다. 기후변화 적응은 물론 필요하지만 지구시스템을 통째로 뒤흔드는 지구공학은 절대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더 나아가 유발 물질 배출만 줄이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미세먼지 문제에 있어서, 인공강우 혹은 실외 공기청정기 등의 실현 불가능한 적응 대책 또한 더 이상 사회적 논의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