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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탄으로 살상력 키운 北 신형미사일… 南타격 3종세트 완성

입력 | 2019-08-12 03:00:00

[北, 美엔 손짓 南엔 위협]北, 10일 또 미사일 2발 발사 시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10일. 미사일 궤적을 추적하던 군 당국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이거나 비슷한 급의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는 초기 평가를 내렸다. 포물선을 그리며 상승한 뒤 하강 단계에서 수평비행을 하다 다시 급상승하는 이른바 ‘풀업(pull-up)’을 하는 등 한미 요격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회피 기동의 궤적을 보였기 때문. 하지만 11일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미사일은 기존에 발사한 KN-23이 아니었다. 요격을 피해 한반도 주요 시설을 폭격하면 한 번에 축구장 3, 4개 넓이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이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에 대해 노동신문은 “또 하나의 새 무기체계”라고 밝혔다. KN-23보다 길이가 짧고 동체는 뚱뚱해 육안으로도 확연히 구별되는 이 미사일은 미군의 전술지대지미사일 ATACMS(에이태킴스)를 닮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제원을 일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수백 개의 자탄(子彈)을 탑재하기 위해 동체를 굵게 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우리 군도 2003년부터 실전 배치한 에이태킴스는 300개가 넘는 자탄으로 이뤄진 ‘확산탄’ 형태의 탄두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발이면 축구장 3, 4개 면적이 초토화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이다.

10일 오전 5시 34분과 5시 50분 발사된 이 미사일 2발은 모두 정점고도 48km로 비행하면서도 400여 km를 날아가는 등 KN-23과 비슷한 궤적을 보였다. 100km 이상의 고도로 상승하는 다른 탄도미사일과 달리 저고도 회피 비행으로 레이더 등 한미 탐지 자산을 피해 갈 수 있음을 보여준 것.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유사시 요격 회피 기동에 더 특화된 KN-23으로 사드 기지나 요격망이 촘촘한 한국 내 핵심 방호시설을 먼저 집중 타격해 파괴한 다음 뒤이어 살상력이 배가된 이번 신형 미사일로 추가 공격에 나서는 전략을 수립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북한의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은 회피 기동 능력을 더한 것은 물론 미국 에이태킴스에 비해 비행속도는 더 빠르고 사거리는 더 길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에이태킴스의 최고 비행속도는 마하 3.1, 최대 사거리는 300km 정도. 하지만 북한의 신형 미사일은 마하 6.1로 KN-23의 마하 6.9와 엇비슷한 수준인 데다 최대 사거리 역시 500km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종합하면 북한이 KN-23의 장점과 에이태킴스의 장점을 결합한 신형 미사일을 제작한 것이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험발사 현장에서 “기존 무기체계들과는 또 다른 우월한 전술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을 공개하면서 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대남 공격용 단거리 발사체의 세대교체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KN-23은 6일 발사를 기점으로 실전 배치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 발사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우리 군 당국은 탄도미사일로 평가) 역시 회피 기동이 더해진 단거리 발사체로 북한이 실전 배치를 예고한 상황. 이날 발사한 신형 미사일은 표면에 ‘ㅈ108080002’라는 일련번호가 표시돼 있다. 2019년을 뜻하는 주체 108년(ㅈ108) 8월에 생산된 2번째 미사일이라는 뜻. 북한이 최근 연이은 도발로 남한 타격용 ‘신형 단거리 발사체 3종 세트’가 사실상 완성 단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3종 세트’는 연료 주입에만 최소 30분 이상 걸리는 기존 스커드 미사일과 달리 연료를 미리 주입해놓는 고체연료 발사체여서 기습 발사에 유리하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일단 고체연료 미사일 기술을 확보한 만큼 고체연료 기술을 적용한 여러 형태의 미사일을 개발하는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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