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엔 손짓 南엔 위협]김정은 ‘한미 갈라치기’ 본격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태블릿PC를 이용해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 위원장이 10일 발사한 신형 탄도미사일에 대해 “새 무기는 기존의 무기 체계들과는 또 다른 우월한 전술적 특성을 가진 무기 체계”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 트럼프 두둔에 對南 추가 도발 위협한 北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김 위원장의 친서를 언급하며 “친서에서 김정은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대로 만나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아주 친절하게(very nicely) 적었다”고 밝혔다. 그는 “친서의 대부분은 터무니없고 비싼 훈련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다”며 “그것(친서)은 단거리 미사일 실험에 대한 작은 사과(small apology)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정은을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길 고대한다”며 “핵 없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10일 오전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이 올 들어 7번째 발사체 도발을 감행한 지 약 15시간이 지난 뒤 나왔다.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는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두둔한 것.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은 다른 쪽(한국)이 미국과 함께하는 ‘워게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나도 결코 좋아한 적이 없었다”며 “거기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북-미 대화 낄 자리 더 좁아진 한국
김 위원장의 친서와 북한 외무성 담화를 종합하면 북한은 이날 시작된 한미 연합 지휘소훈련이 끝나는 20일 이후 6월 말 판문점 회동에서 약속한 북-미 실무협상 재개 의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비핵화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한국이 연합훈련에 대한 사과나 중단 계획을 밝히지 않는 한 한국을 겨냥한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남북 관계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는 청와대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난 행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묵인하면서 북한이 도발 명분으로 내세운 한미 연합훈련을 비판하는 등 사실상 북한 도발 책임을 한국에 돌리면서 청와대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데 방점을 찍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노골적인 조롱에도 비핵화 협상 동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대남 비난 의도에 대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북한이 협상을 앞두고 내부 결속 차원에서 더욱 강경한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북-미 대화가 재개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며 “비핵화 협상이 일단 다시 열리면 한국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