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농촌의 4차 산업혁명]<1> 진화하는 농촌, 힘 보태는 기업
경북 성주군에서 과일농장을 운영하는 이상학 씨가 스마트기술을 이용해 캔털루프 멜론 등 키우기가 까다로운 신종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강원 철원군에서 스마트양계장을 운영하는 안태주 씨(오른쪽)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양계장 내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상학 씨 제공·철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스마트팜이 가져온 농업 혁신
낙원농장에선 육계 9만 마리를 키운다. 자동으로 먹이를 주는 ‘자동급이기’에 사료만 채워두면 특별히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양계장 6개 동에 각각 설치된 통합제어시스템에 필요한 온도, 습도, 환기량 등을 설정해두면 제어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안 씨는 “일반 농장은 2시간마다 나가서 양계장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데 스마트축사에선 하루에 2, 3번만 살펴봐도 충분하다”고 했다.
한 가금류 가공회사로부터 육계 생산을 위탁받은 낙원농장은 9만 마리의 육계를 키우면서 지난해 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안 씨의 아버지가 예전 방식으로 육계 13만 마리를 키우면서 올린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안 씨는 “다른 위탁생산 농장들과 비교할 때 우리 농장의 생산성이 약 30% 높다”고 했다.
스마트팜을 통해 재배하기 어려운 신종 작물을 키우기도 더 편리해졌다. 경북 성주군에서 참외(1만3220m²)와 멜론(1980m²)을 키우는 ‘아침이슬농장’의 이상학 씨(57)는 스마트기술을 이용해 ‘캔털루프 멜론’을 재배한다. 속이 주황색인 이 멜론은 주로 프랑스에서 재배된다. 항산화 성분이 많고 혈관 질환에 효과가 좋아 인기가 높지만 고온과 병충해에 민감해 재배가 쉽지 않다. 이 씨는 “스마트기술로 차단막을 자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어 온도 관리가 쉬운 데다 폐쇄회로(CC)TV로 수시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병충해에 빨리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자라는 멜론의 품종인 하미과(哈密瓜)도 실험 재배하고 있다.
스마트팜 덕분에 늘어난 여유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대체작물 실험, 품종 개발에 쏟을 수 있게 된 것도 장점이다. 원래 비닐하우스를 하루 여덟 번씩 오가며 살펴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통해 온도, 습도, 환기 등을 조절하고 CCTV로 실시간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덕분에 인건비도 크게 줄었다. 이 씨는 “예전에는 수확철에 많으면 7, 8명을 고용했지만 지금은 2명만 고용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일손이 덜 들어 14개 동이었던 비닐하우스를 21개 동으로 늘렸다.
○ 자율주행 기계로 논 갈고 컨테이너서 채소 재배
KT는 ICT 기반으로 구축한 컨테이너팜, 스마트온실, 스마트노지팜 등 다양한 스마트팜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컨테이너팜은 컨테이너 내부에 생육 환경을 조성해 ICT로 제어하면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지능형 농장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표준화된 재배 매뉴얼과 솔루션을 제공해 초보 농업인도 고품질 채소류를 쉽게 생산할 수 있다. KT는 지난해 1월부터 서울 서초구 KT융합기술원 내부에 컨테이너팜 2대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바질과 상추, 청경채, 적겨자 등 15종에 대한 발아와 재배, 수확에 성공했다. KT 관계자는 “연중 농한기 없이 11∼12작기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명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팜 자체로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청년 일자리를 늘릴 뿐 아니라 ICT로 전후방산업이 확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철원=주애진 jaj@donga.com / 황태호·허동준 기자
권희원 인턴기자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