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올해 들어 7차례 미사일을 쐈습니다.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가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판단했지만 북한이 신형전술유도탄이라고 밝혔던 그 발사체입니다.
7월 25일 이후 사나흘이 멀다하고 쏘아올리고 있는 미사일의 특징을 살펴봤습니다. 우선 사거리와 고도, 그리고 발사가 이뤄진 장소를 들여다봤습니다.
올해 들어 북한이 쏘아올린 발사체의 비행거리와 고도 및 발사위치. 8월 10일 북한의 추가 발사체는 함흥 일대에서 쏘아 올려졌고 발사거리는 대략 400km 정도였다고 합참이 밝혔다. 그래픽=뉴시스
5월 두 차례 발사는 각각 240km와 420km 270km를 날아갔습니다. 지난달 25일 쏜 발사체는 600km를 비행했고, 지난달 31일의 발사체는 250km 짜리 였습니다.
이달 들어서는 2일에 220km, 6일에 450km 그리고 어제는 400km를 날려 보냈습니다.
왜 여기저기서 들쑥날쑥한 거리를 쏘아올리고 있을까요?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기술적인 면에서 실전배치단계에 들어갔다는 점을 과시하는 동시에, 언제 어디서든 공격할 수 있다는 대남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형 무기를 검증하기 위한 시험발사는 대략 10여 차례 내외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분석이 맞는다면 북한은 한미연합훈련기간 도중 3~4차례 미사일 발사를 더 할 가능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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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브리핑]北, 신형무기 검증 시 10여 차례 시험발사…추가 도발 가능성
지금과 달랐던 점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 모두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봤다는 점입니다. 발사 당일 양 정상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통화를 했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즉각 개최됐습니다.
북한이 7차례나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던 그 NSC 상임위원회가 즉각 열렸던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29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로 양국의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미국이 신속하게 움직인 것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북한이 고각으로 쏘아올린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은 1만3000km를 날아갈 수 있어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작은 것(smaller thing)’ 이라며 주권국가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던 것과 달리 당시 미국 정부와 언론은 미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했었습니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쏘아올린 화성 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고도와 비행거리(왼쪽 그래픽). 이 미사일은 최대사거리 1만3000km 이상으로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거리로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2017년 11월을 기점으로 더 이상 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공세로 나온 탓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이미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탓에 더 이상 시험발사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험발사가 이뤄진 직후 북한의 리춘희 아나운서는 특유의 흥분된 어조로 이렇게 밝혔습니다.
“김정은 동지는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의 성공적 발사를 지켜보시면서 오늘 비로소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 되었다고 긍지 높이 선포하시었다.”
그런 면에서 11일 북한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합니다. 시험사격을 ‘현지지도’ 한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지형 조건과 주체전법의 요구에 맞게 개발된 새 무기가 기존의 무기체계들과는 또 다른 우월한 전술적 특성을 가진 무기체계”라고 평가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공개한 ‘김정은 친서’는 북-미 협상과 남북과계의 앞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트럼트 대통령의 트윗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종료되는 대로 협상재개를 희망하고 있으며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면 미사일 발사도 멈출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 친서의 내용. 김 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면 즉각 협상을 재개할 것을 원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저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시점까지 신형 KN-23을 포함한 단거리 전술무기의 시험을 마무리 지은 뒤 다시 한 번 대화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대화가 지지부진한 동안 북한식 자위력 보강이 한 단계 높은 단계로 나아갔으니 다시 한 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핵 담판’에 나서겠다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이 단계에서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 와중에도 “남북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경제의 우위를 따라 잡을 수 있다”고 한 문재인 정부에게는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8월 15일날 나올 광복절 기념사의 내용이 더 궁금해 졌습니다.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부장급·정치학박사 수료)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