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농촌의 4차 산업혁명] <2> 농업-기술융합 미래 여는 청년들
창농에 도전한 청년 농부들이 자신만의 아이디어에 기술력을 더해 성과를 내고 있다. 여진혁 씨(왼쪽 사진)는 스마트팜으로 ‘꽃벵이’를 키웠고 건강즙을 파는 이정호 씨는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옥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이정호 씨 제공
농업(Agriculture)에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애그테크(AgTech)’로 미래를 찾는 청년 농부들이 늘고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억대 매출을 이룬 이들의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 스마트기술로 ‘특허 메주’ 개발한 청년 농부
여 대표는 서울 토박이에 해외 유학파다. 25세에 캐나다로 가서 비즈니스마케팅을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온 그의 눈에 들어온 건 곤충산업이었다. 캐나다에서 만난 부인과 함께 아무 연고가 없던 옥천으로 내려와 꽃벵이 농사를 시작했다. 꽃벵이 유충 10kg을 분양받아 농장 운영을 시작한 초기엔 시행착오가 많았다. 스마트팜을 도입한 덕분에 추위와 건조함에 민감한 꽃벵이를 일정한 크기로 키울 수 있었다. 남는 시간은 상품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쏟아부었다. 그 덕에 지난해 콩 대신 꽃벵이를 이용한 동물성 단백질로 발효식품인 메주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 ‘저온 보관 종이박스’에 넣어 신선 배달
경남 하동군 악양면에서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을 운영하는 오천호 대표(38)는 자신만의 아이디어에다 스마트 기술을 더해 성과를 냈다. 서울에서 죽집을 운영했던 오 대표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2011년 고향인 하동으로 내려왔다. “아기 이유식이니 죽에 간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던 한 손님의 부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012년 창업했다.
지리산에서 나는 친환경 농산물을 주원료로 썼다. 맑은 지리산 약수에 방사유정란, 하동 솔잎한우, 하동 유기농 쌀 등 112가지 농수산물을 사용해 이유식을 만들었다. 매일 1만 명분의 주문을 미리 받아 조리하고 포장한 뒤 24시간 안에 배송했다. 이유식을 포장하는 용기로는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이 나오지 않아 젖병 재질로 널리 쓰이는 비스페놀A 프리 용기를 사용했다. 내부에 보랭(保冷)재를 붙여 신선하게 배송하는 택배 종이박스는 특허도 받았다.
입소문을 탄 산골이유식은 매년 성장했다. 2013년 8명이었던 직원은 올해 52명으로 늘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비롯해 11개 백화점과 아웃렛에도 매장을 냈다. 지난해 매출은 70억 원, 누적 고객은 10만 명을 넘어섰다.
○ 온라인 마케팅으로 건강즙 판로 개척
강원 홍천지역 농산물로 칡즙, 도라지즙 등 각종 건강즙을 파는 ‘파머대디’의 이정호 대표(39)는 과거 소셜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해본 경력을 활용했다.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와 포털사이트의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나 먹는 방법 등을 설명하며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전략을 썼다. 그가 판매하는 건강즙과 직접 키워 파는 감자, 옥수수 등 농산물의 90% 이상을 온라인을 통해 팔고 있다.
이 대표는 2014년 서울에서 운영하던 한정식 가게를 접고 귀농했다. 몇 차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5년 만에 연매출 5억 원의 실적을 냈다. 그는 창농을 하려면 교육이나 실전 경험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고 했다. 시장 분석과 마케팅도 강조했다. 그는 “새로 농업에 뛰어든 청년 농부에겐 기존 판로를 뚫는 것이 쉽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이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고 온라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옥천=김자현 zion37@donga.com / 하동=최혜령 / 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