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국무부 외교관으로 일하던 척 박(박영철·35)이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사임했다. 뉴욕 출신의 한인 2세인 그는 “공짜 주택이나 퇴직연금 같은 직업적인 특전 때문에 한때는 너무나 분명했던 이상에서 멀어지고 양심을 속였다”고 토로했다. 멕시코 영사관 행사에서 미국의 우정과 개방성에 대해 말하는 그 시간에 미국에선 수천 명의 불법체류 청년들이 쫓겨나고 있고, 미국에서는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 대응이 논란이 될 때 리스본 대사관에서 흑인 역사 주간을 열어 축하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이런 행태에 반발하는 어떤 반(反)트럼프 움직임도 내부에서 보지 못했다”며 이런 미국을 ‘자기만족적 국가(Complacent State)’라고 지칭했다.
▷뉴욕타임스는 인권 탄압 비판을 받아온 불법 이주자 부모와 아이의 격리 수용이 최근 다시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비열한 행위’는 이를 돕는 공무원들 때문에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모든 공무원이 그런 건 아니다. 돈 맥갠 백악관 법률고문은 로버트 뮬러 특검을 해임하라는 트럼프 지시에 반발하다 지난해 사임했다. 4월에는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장관이 미-멕시코 국경지대 통관항 및 검문소 폐쇄에 반대했지만 트럼프는 받아들이지 않고 해임으로 답했다. 이런 일부 고위직의 저항에 이어 실무자급에서 처음으로 척 박이 나선 것이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