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7000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5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News1
13일 첫 정식재판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저축은행 고위관계자에게 억대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최근 새롭게 포착됐으나 추가기소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뇌물 공여자인 A저축은행 회장 김모씨가 이미 사망한 데다 수뢰자인 김 전 차관 역시 소환조사를 계속 거부하고 있어 대가성을 진술할 ‘입’이 없기 때문이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이 김씨로부터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까지 차명계좌로 1억원대 중반을 송금받은 정황을 확인했다. 해당 계좌는 김 전 차관의 부인의 이모씨 명의로 조사됐다.
특히 수사단은 이 기간동안 김씨가 김 전 차관이 검사장으로 근무한 검찰청에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가 수사무마 대가로 긴 전 차관에게 돈을 건넸다면 검찰 공무원인 김 전 차관이 자신의 직무에 관해 돈을 받아 뇌물죄가 성립한다.
통상 망자(亡者)의 뇌물공여는 공여자의 진술이 없어 기소하기가 쉽지 않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재판에서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이나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등으로 진술할 수 없을 때 조서나 그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으나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과거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2015년 4월 자원개발 비리 혐의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성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 8명의 이름과 오고 간 금품 액수로 추정되는 숫자가 적힌 쪽지를 남긴 채 목숨을 끊으면서 불거졌다. 홍 전 대표와 이 전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각각 불법정치자금 1억원과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총리에 대해서도 “성 전 회장의 인터뷰 진술과 메모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음이 증명된 때만 증거로 할 수 있다”며 “성 전 회장의 진술 중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된 부분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봤다.
여환섭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장이 지난 6월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 대회의실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사법연수원 14기)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News1
지난 5월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차관이 일관되게 소환조사를 거부하고있다는 점도 난관이다.
김 전 차관이 추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변명할 입장을 포기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는 게 아니라면 피의자의 검찰 조사는 필요한 부분이다.
수사단은 일단 김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을 건넨 사실 자체는 이미 계좌 거래내역을 확보해 공여자나 수뢰자의 진술 없이도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돈이 오간 ‘명목’의 경우 두 사람 간 관계나 과거 형사처벌 전력으로 추정 가능한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이 수감돼 있더라도 강제인치할 방법이 없는만큼 조만간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이달 안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추가기소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