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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재지정 칼바람···외고·국제고도 무더기 재지정평가

입력 | 2019-08-13 20:52:00


교육부가 2020년 외국어고(외고) 및 국제고 재지정 평가지표 확정을 위해 전국 시도교육청과 조만간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내년 재지정 평가 대상은 전국의 모든 외고 30곳과 국제고 7곳 중 6곳(세종국제고 제외)이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까지 포함하면 모두 48개 학교의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의 외고·국제고 담당자와 곧 회의를 열고 내년도 재지정 평가지표를 포함한 평가계획 수립을 논의한다. 교육부는 또 내년 평가시기를 올해보다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내년 평가지표는 올해 자사고에 적용된 것과 상당부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의 자사고처럼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를 20% 이상 뽑아야 한다. 또 선행학습을 유발한다는 비판 탓에 △입학전형 운영의 적정성 △선행학습 방지 노력 등 지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영역은 전반적으로 자사고와 비슷한 가운데 세부적인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자사고 평가 절차는 △2018년 12월 평가계획 확정 △올 3월 학교별 자체 평가보고서 작성·제출 △4~6월 서면·현장평가 △6~8월 교육감 결정 및 교육부 장관 동의 여부 결정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내년 평가는 이보다 시기가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평가에서 외고와 국제고에 대해 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져도 올해 자사고처럼 집단적인 법적 공방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자사고는 모두 사립이지만 내년에 평가받는 외고와 국제고는 절반 이상인 19곳(53%)이 공립이기 때문이다. 공립은 교육감 관할이라 지정 취소 방침에 대해 학교 차원의 소송 제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서울은 외고 6곳이 모두 사립이고 지방은 대부분 공립이라 지역간 차이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학부모가 직접 나설 수도 있지만 학교가 함께 참여하지 못하면 법적 대응의 동력이 달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릴 경우 교육당국의 부담이 자사고 때보다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올해 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진 자사고 10곳은 모두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패소할 경우 ‘학교 지위가 유지될 것으로 믿고 투자한 것에 대한 손실을 보전하라’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할 예정이다. 한 공립 국제고의 관계자는 “교육감이 학교의 책임자이다보니 교육청이 지정 취소를 해도 반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별로 다르지만 외고는 길게는 30년 가까이, 짧게는 10년가량 특수목적고(특목고)로 운영돼 왔다. 1998년 처음 도입된 국제고는 이른바 ‘문과형 과학고’를 지향하며 각 지역에 차례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자사고 논란이 있기 오래 전부터 ‘입시전문학교’라는 비판을 받으며 진보교육감의 폐지론에 시달렸다.

현 정부가 ‘특권학교 폐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뒤 올해 자사고 평가에서 무더기 지정 취소가 현실로 나타나자 내년 외고와 국제고도 대거 지위를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과거 정부에서 평가를 통해 지정이 취소된 외고나 국제고는 없었다. A외고(사립)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에 의해 정원 감축과 선발 방법 변화 등 가혹할 정도의 정상화 과정을 거쳤다”며 “사회통합전형은 100% 충원이 어려운데 평가지표에 비중 있게 반영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최예나기자 yena@donga.com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