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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與, 예산 대폭 증액 요구… 더 추운 시절은 염두에 없나

입력 | 2019-08-14 00:00:00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당정협의에서 내년도 예산 규모를 대폭 늘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일부 의원은 올해보다 12.9% 늘어난 530조 원까지도 요구했다고 한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는 재정적자를 보더라도 공격적으로 확장 재정을 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국내외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의 적극적 운용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재정 운용은 올 한 해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중장기를 내다봐야 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얼마나 길어질지, 혹시 더 큰 폭풍이 닥칠지 모르는 데다 복지 확대로 고정된 씀씀이는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2022년까지 중기 재정운용계획에서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7.3%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이미 469조6000억 원(본예산 기준)으로 작년보다 9.5%나 늘었다. 내년에 이보다 더한 두 자릿수 증가를 한다면 중장기 운용계획을 크게 벗어나게 된다. 내년에는 500조 원을 넘길 것은 확실한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400조5000억 원이었던 국가 예산이 불과 3년 새 100조 원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작년에는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수가 좋았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로 세수도 쪼그라들고 있다. 상반기 총 국세 수입은 156조2000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1조 원 줄었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6% 수준으로 재정건전성이 좋은 편이지만 멀리 내다봐야 한다.

6월까지 각 정부 부처에서 내년도 예산·기금 총지출을 취합한 금액은 올해보다 6.2% 늘어난 498조7000억 원 정도다. 이것도 부처마다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모았을 텐데 액수를 늘리면 쓸데없는 곳에 허투루 쓰일 것이 뻔하다. 더구나 지금 경기 침체는 대외적 요인뿐 아니라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 무조건 돈을 퍼부을 것이 아니라 미래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기르는 데 정교하게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