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불황기 서민들의 눈물겨운 소액테크
가계 살림이 팍팍해진 데다 최근 은행 정기 예·적금 금리까지 계속 떨어지자 서민들은 소액이라도 긁어모아 돈을 불려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가처분소득이 줄어 목돈을 마련하기가 버겁고, 저금리에 투자처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공격적으로 특판 금융상품을 찾아 나서고, 몇 천 원이라도 적립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하는 등 소액 재테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 주부들 특판예금, 아동수당 적금 찾아 ‘원정’
서민들이 특판상품에 더욱 열광하는 이유는 최근 은행의 정기 예·적금 금리가 계속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올 1월 연 2.14%였지만 6월 1.90%로 떨어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더 내리면 시중금리도 더 인하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 1분기(1∼3월) 가구당 번 돈에서 세금과 대출이자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10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벌이가 줄어드니 씀씀이를 줄여 소액이라도 틈틈이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직장인들, 알람 맞춰놓고 특판 신청 대기
자산 형성 기회를 찾기 힘든 20, 30대 사회초년생들은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온라인 특판 상품에 집착한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이모 씨(29)는 카카오뱅크가 연 5%대 특판예금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난달 22일 판매가 시작된 오전 11시에 알람을 맞춰두고 앱에 접속했다. 하지만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몰리며 1초 만에 100억 원 한도가 모두 소진돼 가입에 실패했다. 이 씨는 “이번 예금을 반드시 잡아야 했는데 실패하니 씁쓸하다”고 털어놨다.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층은 송금을 하거나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몇 천 원, 몇 백 원이라도 적립되는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한다. 대학생 임모 씨(22)는 지하철로 통학할 때마다 간편송금 앱 ‘토스’로 송금하면 건당 1000원 안팎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 부지런히 참여하고 있다. 임 씨는 “1000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용돈이 부족하고 통학 시간에는 아르바이트도 못 하니 소액이라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 씨(21)는 앱을 가동한 뒤 100걸음 걸을 때마다 1캐시를 적립해주는 ‘캐시워크’ 마니아다. 적립금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김 씨는 “하루에 최대 100원까지밖에 적립받지 못하지만 소액을 모아 커피를 몇 번 사서 마셨다”며 “요즘 돈 벌기도 힘드니 이런 ‘앱테크’가 인기”라고 말했다.
온라인 서비스를 지인들과 공유하는 것도 인기있는 ‘소액테크’ 방식이다. 김모 씨(23)는 “친구들과 넷플릭스에 공동 가입해 이용료를 나눠 내며 한 달에 2400원가량을 아끼고 있다. 이 정도면 커피 한 잔을 살 수 있는 가격”이라며 뿌듯해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혜림 인턴기자 서울대 국어교육학·언론정보학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