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주력하다 경영 방치, 부랴부랴 비용 절감 나섰지만…
서정보 문화부장
현 KBS 경영진을 향해 내부에서 비판하는 소재 중에 하나다. 다름 아닌 대표 예능프로그램이었던 ‘1박2일’ 출연진 일부가 내기 골프를 했다는 것을 KBS가 ‘자발적으로’ 보도하는 통에 정준영 사건으로 잠정 중단된 프로그램이 치명상을 입었고, 그로 인해 광고수입 연 300억 원을 그냥 날렸다는 것이다.
KBS의 올 상반기 광고수입은 122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34억 원)과 비교해 33.4% 급감했다. MBC가 16.4%, SBS가 15.3% 줄어든 것에 비하면 유독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인데 ‘1박2일’ 폐지의 영향이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인 KBS MBC의 적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매년 6000억 원의 수신료를 받는 KBS는 올 상반기 396억 원의 적자를 냈다. MBC 역시 지난해 1094억 원의 손실을 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445억 원의 손실이 났다. 그런데 더 심각하다고 느끼는 건 이들이 종합편성채널(종편)과의 비대칭 규제를 운운하며 중간광고를 허용해주지 않아 적자가 심각해졌다는 ‘남 탓’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승동 KBS 사장과 최승호 MBC 사장은 경영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어 본 적이 거의 없다. 이들은 심하게 얘기하면 정권과 코드가 맞아 출세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경험이 적어서 경영을 못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소질이 있다 해도 경영에 힘을 쏟아야 하는데, 두 사장이 우선한 것은 ‘수익 창출’ ‘비용 절감’ ‘콘텐츠 개선’보다는 ‘적폐청산’이었다. 어느 쪽에 가치를 둘지는 경영자의 판단이지만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드러났을 때 제발 남 탓, 외부 환경 탓만은 하지 않는 게 경영자의 자세다.
사실 방송 환경은 급속히 악화되는 것이 맞다. 유튜브가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도전이 거세다. 과거 방송 몫의 광고는 온라인으로 급속히 갈아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선 종합편성 방송사업자인 지상파 방송과 종편은 ‘같은 배를 탄’ 처지다. 여기다 지상파 방송이 원하는 중간광고는 설사 허락된다 해도 일시적 진통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적자병(病)’을 일시에 낫게 하는 묘약은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도 “지상파 방송사의 적자는 중간광고로 메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지상파 방송사들은 주요 프로그램을 1, 2부, 심지어 3부로 쪼개 중간광고를 사실상 일부 도입한 상태다.
KBS MBC는 부랴부랴 비상 경영안을 내놓고 적자 축소에 나섰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연평균 600억 원씩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KBS 비상경영안을 보면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절감하는 비용이 107억 원 들어 있다. 내년에 농사지을 씨앗마저 다 먹어치우는 셈이랄까. 더구나 비용 절감이 밀어붙이기 식이어서 외주 작가와 독립 PD들이 벌써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비용 절감이란 명목으로 공영성까지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상경영에도 ‘경영적 판단’이 있었을까. 비전은 빠진 채 비용만 줄이면 된다는 숫자놀음에 빠진 것은 아닐까.
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