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6개로부터 약 50곳 표절… 누구나 보면 금방 알 수 있어 ‘한국법 센터’ 운영하는 버클리대에 버클리대 출신 조국은 주요 파트너 버클리대의 표절 부인 판정은 대학 자체 표절 기준과도 어긋나
송평인 논설위원
조 후보자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로스쿨 박사논문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곳은 인터넷매체 미디어워치다. 영국 옥스퍼드대 D J 갤리건 교수의 논문에서 다수 문장을 베꼈다는 내용이었다. 미디어워치가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엑스레이 사진이나 JTBC의 태블릿PC에 대한 의혹 등에 한 번도 동조한 적이 없다. 그러나 논문 표절은 다르다. 수십 단어가 연속해서 일치하는 문장들을 보면 의심하고 말고 할 게 없다.
조 후보자가 베낀 이유까지 대강 짐작이 갔다. 그는 갤리건 교수의 논문에서 영국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의 책을 요약한 부분을 베꼈다. 벤담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단어는 평범해 보여도 한 페이지를 읽는 것이 쉽지 않은 대단히 어려운 영어다. 벤담의 책은 벤담 자체에 대한 논문을 쓰지 않는 한 2차 문헌을 통해 인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는 벤담의 책을 직접 읽은 것처럼 써야 폼이 난다고 여긴 듯하다.
같은 패턴의 표절을 10군데 가까이 발견했다. 이번에는 미국 인디애나대 로스쿨 크레이그 브래들리 교수의 논문이다. 베낀 곳은 브래들리 교수가 독일어 판결문을 요약한 부분이다. 여기서도 독일어 판결문을 직접 읽은 것처럼 써야 폼이 난다고 여긴 듯하다.
미디어워치는 이후 더 작업을 진행해 모두 6개 논문에서 약 50군데에 이르는 표절을 발견했다. 시각적으로도 금방 알 수 있는 표절이 그 정도라는 것이지 꼼꼼히 들여다보면 훨씬 더 많은 인용부정이 발견된다. 가령 독일어 논문을 12개 인용하는데 페이지 표시도 없는 하나마나한 인용이 무려 9개 논문에 이르고, 페이지가 표시된 것도 찾아 들어가 보면 본문의 내용이 나와 있지 않는 황당한 인용들이 있다.
그러나 버클리대 로스쿨은 미디어워치의 제소에 따라 표절 심사를 한 뒤 표절이 아니라고 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표절 조사를 했다고 단정하고 그 경우 같은 문헌에서 인용한 것이 양쪽에 다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버클리대 로스쿨 측이 제소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둘째는 조 후보자가 다른 저자의 아이디어를 베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법학 논문에 건축 설계 같은 대단한 창의성이 있을 리 없지만 그마저도 정직성이 확보되고 나서의 문제다. 버클리대의 표절 기준에는 ‘타인의 저작으로부터 구절을 다수 베끼는 것(wholesale copying of passages from works of others)’이 명확히 들어 있다.
당시 버클리대 로스쿨에서 표절 심사를 담당한 사람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고문 메모’로 세계적 악명을 떨친 한국계 존 유 학장이다. 버클리대 로스쿨에는 ‘한국법 센터’가 있고 서울대와 교류를 하고 있다. 교류의 파트너가 버클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인 조 후보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버클리대로서는 이 논문을 표절이라 판단하면 학교가 창피해지는 데다 서울대 측의 주요 파트너를 잃게 된다. 그래서 나는 서울대가 이 논문을 한번 직접 조사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위원회가 직접 받은 공문도 아니고 조 후보자 앞으로 온 존 유 학장의 편지를 근거로 심사를 거부했다. 편지는 존 유 학장이 표절 조사를 한 뒤 대학 본부 앞으로 보낸 내부 메모랜덤(memorandum)을 첨부한 것이다. 표절이 아니라면 조 후보자 앞으로 보낼 필요도 없는 것이므로 조 후보자의 요청에 의해 보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연구진실성위원회 위원장은 진보 편향의 이준구 전 경제학과 교수가 맡고 있었다. 이것이 조 후보자가 ‘무혐의로 결론 난 것’이라고 주장하는 내막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