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농촌의 4차 산업혁명]<3> 농업과 만난 사물인터넷
경남 산청군 육영목장의 주인 양현덕 씨가 라이브케어 서비스용 바이오캡슐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화면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바이오캡슐은 소의 반추 위에서 최대 10년 동안 체온, 움직임 등의 데이터를 보낸다. 산청=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젖소 목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발정기를 제때 파악해 수정시키고, 아픈 소를 빨리 알아내거나 질병을 예방하는 게 핵심이다. 양 씨는 여느 목장주와 마찬가지로 이전까지는 오로지 ‘감’으로 발정난 소를 알아보고, 질병에 걸렸는지도 파악해야 했다. 1995년부터 목장 운영을 시작한 양 씨는 그 감을 갖추는 데만 10년 넘게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20년이 훌쩍 넘었어도 감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 월 1500원 IoT, 우유 생산량 30% 늘렸다
양 씨는 “라이브케어를 도입한 뒤부터 족집게처럼 정확하게 발정과 발병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서비스인 라이브케어는 손바닥 길이의 원통형 경구용 바이오캡슐과 통신망,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뤄진다. 바이오캡슐을 소가 삼키면 소의 4개 위 중 첫 번째인 반추위에 캡슐이 머무른다. 이 캡슐에 내장된 센서가 소의 체온과 움직임을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서버로 전송한다. 서버에서는 이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래픽으로 만들어 목장 주인의 스마트폰 앱으로 보내주는 방식이다. 한 번 투여한 캡슐은 최대 7년 동안 생체 신호를 발신한다.
라이브케어는 2012년 김희진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 ‘유라이크코리아’의 서비스다.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김 대표는 2011년 구제역 사태를 보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축산업이 결합한 사업 모델을 그렸다. 이 회사 이승환 이사는 “기존의 가축용 IoT 센서는 외부에 부착하는 제품이 전부라 파손이 잦고 기후 등 환경의 영향을 받아 정확도도 낮았다”며 “되새김질할 때 캡슐이 튀어나오지 않으면서도 소가 거북함을 느끼지 않도록 적절한 크기와 내구성을 위해 오랜 실험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통신망은 SK텔레콤이 저전력 장거리 IoT 기술인 로라(LoRa)를 기반으로 구축한 전용망을 쓴다. SKT는 라이브케어를 도입한 모든 농가에 로라 기지국을 무상 설치해주고 있다. 축산업계의 반응은 뜨겁다. 업계 관계자는 “캡슐 하나가 20만 원, 월 사용료도 마리당 1500원 등 비용이 발생하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수익 증가를 생각하면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선 해외 수출도 본격화됐다. 고가의 와규 시장이 있는 일본에 이어 낙농대국으로 꼽히는 호주에도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 라이브케어의 호주 총판을 맡겠다고 나선 곳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와는 미국과 브라질, 캐나다 진출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 IoT, 농기계 관리에도 적용
LG유플러스의 ‘디지털 트윈’ 서비스로 실제 농기계(왼쪽)를 그대로 컴퓨터 화면에 옮긴 모습(오른쪽).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의 디지털 트윈 농기계 원격진단 서비스를 빠르면 이달 중 제공할 예정이다. 글로벌 IoT 솔루션 선두 기업인 미국 PTC와 제휴를 맺고 트랙터 관제와 소모품 교체, AR 원격 유지보수 솔루션을 함께 개발했다. 한영진 LG유플러스 스마트X기술팀장은 “농기계 정비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도 농장을 건설할 때부터 IoT를 적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중장기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며 정관을 일부 변경해 온실·부대시설 등 농업시설물의 설치, 농작물 생산·유통, 스마트팜 설치·운영 등을 신규 사업 분야로 추가했다. 기존 건설업뿐만 아니라 ICT를 접목한 농수산업에도 진출하겠다는 뜻이다.
산청=황태호 taeho@donga.com / 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