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월 화재사고 발발힌 BMW 차량은 모두 8대 '냉각 용량 등 설계 문제 여전' vs 'EGR쿨러 신제품으로 충분'
작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BMW 연쇄 화재’가 발발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차량 화재 원인을 놓고 여전히 제조사와 국토교통부가 평행선을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BMW측은 화재 원인으로 꼽혀온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시스템의 설계상 문제를 일축하고 있는 반면, 국토부는 여전히 그 가능성을 열어둔 채 올해 발발한 차량 화재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4일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화재사고가 발발한 BMW 차량은 모두 8대에 달했다. 이 가운데 520d가 5대, BMW GT 2대, X6가 1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차량의 화재 원인으로는 ▲EGR쿨러 결함(1대)▲EGR쿨러 결함 외 전기 배선(추정) 등에 따른 문제(5대)가 꼽혔다. BMW측이 지난해 화재사고 이후 교체해준 EGR쿨러 신품이 화재 원인으로 작용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EGR쿨러 결함에 따른 화재 사례 1건도 소유주가 지난해 BMW의 리콜 요청에 응하지 않다가 올들어 문제가 생긴 차량이다.
이에 따라 BMW는 ‘EGR쿨러’를 성능이 개선된 신품으로 바꿔주는 리콜을 해왔다. 지금까지 520d 차량의 EGR쿨러 교체율은 95.1%로 리콜대상 차량 17만2404대중 16만3966대가 이 부품을 바꿨다. 흡기다기관은 리콜대상 차량중 15만1446대가 부품을 교체 받아 시정율이 87.8%에 달했다. 등록이 말소되거나, 소유주가 리콜에 응할 의지가 없는 차량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체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EGR쿨러나 흡기다기관 리콜만으로 화재 재발을 막기에 충분한지 여부다. 화재원인을 놓고 여전히 국토부-BMW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토부는 화재 원인이 BMW측의 EGR시스템 설계 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해왔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냉각을 하는 전체 용량이 부족하다. 개선품이지만 불량이 날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설계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처방을 외면한 채 부품 교체라는 ‘대증요법’으로 책임을 우회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BMW측은 성능이 대폭 개량된 EGR쿨러 신품만으로도 화재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EGR쿨러 신품에서 비롯된 화재는 단 1건도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BMW는 화재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이 출범 이후 지적해온 용량 부족 등 시스템 설계상의 문제를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이 회사는 특히 독일 본사에서 엔지니어를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 등에 파견해 적극적으로 이러한 점을 소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앞서 지난해 12월24일 ‘EGR쿨러’에서 냉각수가 끓는 이른바 ‘보일링(boiling)’ 현상 등을 확인하고 이러한 문제가 EGR의 설계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론 내린바 있다. 디젤차의 연료인 경유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온도를 낮추는 쿨러의 단순 결함이라기 보다 밸브, 쿨러 등으로 구성되는 EGR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3일 토론회를 열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자동차리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BMW 차량화재 사태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식어가면서 업계 반대 및 경제 상황 등의 사유를 들어 정부와 국회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처리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