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과 로이터 및 홍콩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는 홍콩국제공항을 재점거했고 이를 막으려는 홍콩 경찰 측과 난투극을 벌였다. 시위대는 카트 등을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쳤지만 공항 건물 안 쪽으로 들어온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피를 흘리는 시위대의 모습도 포착됐다. 심지어 경찰이 시위대에 총을 겨누기까지 하는 극한 대립까지 나타났다. 시위는 11주째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홍콩의) 상황이 매우 까다롭다”면서 “중국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잘 되길 바란다.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라며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무도 죽지 않길 바란다”며 원론적인 얘기만 했다.
한 홍콩 경찰이 공항 시위 진압 도중 권총으로 시위대를 위협하고 있다. SCMP 갈무리
AFP통신은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은 그가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을 지원했던 미국이란 위상을 포기한 것일뿐더러 세계적으로 중요한 금융 및 무역 허브인 홍콩에 중국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청신호를 준 것이란 정가의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관 출신으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인 니콜라스 번스는 AFP에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위와 관련해 양쪽(중국과 홍콩)을 다 선호하고 있다”며 “용기있는 모습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있어야 할 유일한 측면은 홍콩 시민들에 대한 민주적 권리뿐”이라고 강조했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외교정책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본질적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청신호’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라이트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언행을 놓고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그가 한 최악의 외교정책 결정”이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홍콩 사태는 미중 관계의 결정적인 순간”이라면서 “톈안먼 광장 사태 이후 30년 만에 모든 미국인들이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평화적 시위자들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위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그들의 요구에 도덕적 권위가 있다는 방점을 찍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이번 시위가 중국의 ‘내부 문제’라는 견해를 일축했다. 그는 “압박의 역사를 볼 때 국경에서 대규모로 집결된 중국군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중국의 무력진압 가능성을 경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