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세월호 보고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심에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권희)는 14일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비서실장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20~30분 단위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 김 전 비서실장의 국정조사 답변서는 허위공문서에 해당한다고 봤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장수 전 실장은 세월호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 보고·지시 시각을 조작해 국회 답변서 등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장수 전 실장의 경우 “박 전 대통령과의 최초통화가 10시15분인지, 아닌지 100% 확실하지가 않고, 또 통화 내역을 알려줄 당시에는 국가안보실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서를 작성한 공무원들이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고 공모한 것이 아닌 이상 허위공문서작성 등 행사의 점을 유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결론 내렸다.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으로 변경해 지침 원본을 손상하고 공무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공용서류손상)로 기소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은)사고 당시 안보실에 근무하지 않아 청와대 사고 당시 책임론에서 비껴 있었으므로 굳이 범죄에 무리하게 가담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며 “책임자로서 안보실에서 위법한 방법으로 위기 관리 지침 일부가 수정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공용서류 손상을 알면서도 공모해 범행에 나갔다는 점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1심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눈을 감고 있었고, 김장수·김관진 전 실장은 재판장 쪽으로 몸을 돌려 선고내용을 들었다. 윤 전 행정관은 초점없이 아래만 응시했다.
앞서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기춘 전 실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김장수·김관진 전 실장에게는 각각 징역 2년6개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윤 전 행정관에 대해서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날 선고공판은 미리 배부한 방청권을 가진 사람만 방청할 수 있었는데, 방청권 없이 재판정에 들어오려 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이를 막으려는 법정경위 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재판이 진행된 약 1시간 동안 법정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김기춘 나와라”고 소리 질렀다. 이 때문에 선고문을 읽던 재판장은 몇차례 낭독을 중단하기도 했다. 특히 김장수·김관진 전 실장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자 유족들은 법정에서 나가는 길을 가로막고 "어디서 무죄냐", "돈 얼마 안 받았냐 쓰레기야"라고 소리지르며 대치를 벌였다. 이로인해 불구속 상태인 김장수·김관진 전 실장은 법정 안에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하고 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2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됐지만,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게 한 ‘화이트리스트’ 혐의로 2심에서 징역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석방 두 달 만에 재수감됐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