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현직 법관, 매춘이란 표현 사용 이유 뭐냐" 증인 "괄호 문구 하나 보고 묻는 건 오해 불러"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위안부 피해자들 소송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현직 법관이 일본정부의 재판권 여부를 서술하면서 ‘매춘’이라는 표현을 삽입한 것이 법정에서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1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2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출신 조모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부장판사는 지난 5월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판에 증인으로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조 부장판사가 작성한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 보고서 말미의 ‘향후 심리 및 결론 방향에 대한 검토’ 부분을 제시했다.
해당 부분에는 ‘재판권 여부에 관한 문제점: 현재 통설인 제한적 면제론에 의할 때 일본 위안부 동원 행위가 국가의 주권 행위인지, 상사적(매춘)행위인지, 일본이 국가면제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이 아직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기재돼있다.
검찰이 ‘매춘’이란 표현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쓴거냐고 묻자, 조 부장판사는 “구체적 표현을 지시하진 않으셨다”고 답했다.
검찰이 ‘매춘이란 표현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귀책사유나 고의가 인정되는 표현인데 현직 법관인 증인이 사용한 이유가 뭐냐’고 지적하자, 조 부장판사는 “괄호 안에 있는 한가지 (표현을) 계속 집어서 말하니 마치 (제가) 위안부 피해자를 그런식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게 말하시는 거 같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당혹스러워했다.
그는 “당시 관련 논문을 보니 당사자들이 상사적 행위인지 주권적 행위인지를 명백히 해야하고 일본의 주장대로 재판권이 없다고 각하할 게 아니라 본안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기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이 증인에 대한 ‘모욕적 신문’을 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제지를 요구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과의 관계를 비춰봐서 검찰에서 물어볼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조 부장판사는 거듭 “전체적 방향을 보지 않고 문구 하나만을 보고 질문하는 건 굉장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조 부장판사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면서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 ‘주권면제’, ‘통치행위’, ‘소멸시효’ 등을 언급했고, 임 전 차장의 이런 행동이 재판 진행 및 결론 등에 영향을 미쳐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