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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난청 인구 809만 명…고령자도 인공와우 수술로 소리 들을 수 있을까

입력 | 2019-08-14 16:19:00


이번 톡투건강에서는 난청 환자의 귀를 밝히는 인공와우(蝸牛) 수술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난청 인구는 약 809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65세 이상은 약 185만 명으로 전체의 25%에 육박한다. 하지만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소리를 되찾은 사람은 2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사회에서 난청은 사회적 문제를 부를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고령자라도 인공와우 수술을 하면 소리를 정상인처럼 들을 수 있을까. 인공와우 수술 전문의인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눈이 보이지 않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들리지 않는 것에는 당장의 불편함이 크지 않아 그냥 방치한 채 살아가는 노인이 많다.

▽최병윤 교수=그렇다. 하지만 난청은 단순히 소리만 못 듣는 데 그치지 않는다. 듣지 못한다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난청 때문에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기가 부담스럽다 보니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이 온다. 심지어 치매까지 생길 수도 있다. 청력 손실을 지닌 고령자는 정상 청력인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5배나 높다. 난청을 치료하면 치매에 걸릴 확률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적절한 치료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이 기자=노인들은 난청이 오면 보청기를 먼저 떠올린다. 인공와우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

▽최 교수=대부분의 난청 환자는 보청기밖에 치료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청기로도 들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때 효과적인 치료법이 인공와우 수술이다. 인공와우는 소리를 신경에 전달하는 달팽이관(와우)의 기능 이상으로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되찾아 주는 혁명적인 장치다. 1980년대부터 본격 사용됐다. 처음엔 성인이 대상이었지만 이후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돼 영·유아 및 소아 환자에게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인공와우 수술은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최근 들어 보청기를 착용하면서도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도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일이 늘고 있다.

▽이 기자=인공와우 수술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최 교수=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5시간이다. 건강보험 지원을 받는 성인이라면 본인부담금은 약 600만 원이다. 아동은 귀 한쪽만 수술할 때는 250만 원, 양쪽 모두 수술할 경우 400만 원 정도다.

▽이 기자=인공와우 수술은 환자의 나이와는 큰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최 교수=그렇다. 환자가 건강하다면 인공와우 수술은 나이를 따지지 않고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우리 병원 사례를 보면 올 2월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현재 건강하게 생활하는 92세 환자도 있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수술을 바랐고 가족이 충분히 도와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 기자=92세라니 대단하다. 인공와우 수술을 망설이는 환자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뒤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최 교수=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술 이후 일정 기간 인공와우를 통해 듣고 언어를 이해하는 재활 과정이 필요하다. 수술 후 초반에는 소리가 기계음처럼 들리는데 꾸준히 재활 과정을 거치면 점차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들린다. 따라서 재활 초반에는 어느 정도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재활이 더디고 언어 이해 활동이 늦게 나타날 수 있는 노인성 난청의 경우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도움이 절실하다. 100세 이상 살 수도 있는 시대다. 자신이나 부모의 나이가 너무 많아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기적인 청력검사를 받고 필요할 때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 더 나은 삶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이 기자=난청 환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최 교수=헬렌 켈러가 이렇게 말했다. “눈이 멀면 사물과 멀어지고, 귀가 멀면 사람과 멀어진다.” 그만큼 난청은 사회와 사람으로부터 고립을 불러올 수 있다. 난청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분이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 소리를 되찾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과 세상까지 되찾았으면 좋겠다.

이진한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