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신앙심 악용해 교주처럼 행세하며 착취
사진=뉴스1
초등학교 여성 교사의 신앙심을 이용해 재산 등을 빼앗고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30년형이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14일 살인과 특수상해,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모 씨(46)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서귀포시 한 아파트에서 피해자인 초등학교 여성 교사 A씨(27)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와 C씨에게도 종교적 이유로 금품을 편취하고 폭행을 가해 중상을 입히는 등 사기 및 특수폭행 혐의도 적용됐다.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고민을 상담해주거나 자신이 직접 작곡한 찬송가를 들려주며 신뢰를 쌓은 뒤 교주처럼 행세해왔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씨는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린다”며 피해자들의 월급을 빼앗았고, 전단지 돌리기나 과외 등 아르바이트까지 시켜 그 수익금까지 갈취했다.
피해자들에게 돈을 받을 땐 계좌 추적이 어렵도록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뽑도록 한 뒤 그 자리에서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하도록 했다. 또 피해자들이 가족들과 떨어져 살게 만드는 등 철저히 고립되도록 만들고, 피해자들끼리도 서로 때리도록 지시해 소통을 단절시켰다.
그는 피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으며 자신의 통제하에 둔 뒤 자신의 집에서 청소, 빨래 등 가사노동과 자녀 돌보기 등을 시켰다.
피해자들은 김씨의 착취를 견디지 못해 연락을 두절하고 숨어 지내다 피고인이 구속된 이후 피해 사실을 알리는 등 심각한 공포를 느꼈다.
피해자 A씨도 피고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이에 화가 난 김씨로부터 일방적 폭행을 당한 끝에 췌장이 파열돼 결국 숨지고 말았다.
김씨는 사건 당일 30분 이상 A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했고 119에 직접 전화해 “A씨가 어딘가에 부딪혀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고 허위로 신고했다.
김씨는 119 대원들이 도착하기 전 피해자의 몸과 집안에 묻은 혈흔을 물과 휴지로 닦아내 범행 사실을 숨기려 했다.
재판부는 “췌장은 발로 체중을 실어 힘을 가하지 않는 이상 쉽게 파열되지 않는 장기며, 피해자 전신에 좌상이 있는 점을 볼 때 피고인에게 미필적 살인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후에도 피해자에 대한 반성과 회복에 대한 노력은 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는 데 몰두했다”면서 “반성과 참회의 뜻이 없는 피고인의 죄질이 극히 불량해 엄벌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김씨는 재판부가 선고하는 과정에서 “그건 오해다”, “아니다”, “잘못됐다” 등을 반복적으로 말하면서 소란을 피워 재판 진행을 방해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가 수차례 피고인에게 정숙을 요청했지만 김씨가 소란을 멈추지 않아 5분가량 휴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