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18타점 1위 LG 채은성

채은성은 “너무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면서 ‘너무’라는 단어를 다섯 번도 넘게 되풀이했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가을야구만을 생각하고 스프링캠프부터 준비해 왔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채은성의 야구인생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2009년 육성선수(연습생)로 입단해 긴 무명기를 보내다 2016년 타율 0.313, 9홈런, 81타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듬해 성적이 타율 0.267, 35타점으로 급락하며 ‘반짝 활약’에 그쳤다. 지난해 타율 0.331, 25홈런, 119타점으로 다시 한번 날아올랐다.
채은성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올해는 달라야 한다’며 이를 갈았다. 그는 “팬들이 나를 ‘퐁당퐁당’이라고 부르더라. 시즌별로 잘하다 못 하다를 반복해서 붙은 별명이다. 올해는 꼭 ‘퐁당퐁당’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채은성은 “부담감을 털어낸 것이 후반기 반등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부진에 시달렸던 2017시즌에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날이 많았다. 경기가 안 풀린 날이면 몸이 피곤해도 눈이 감기지 않았고, 새벽 4, 5시가 돼서야 쪽잠을 잔 뒤 야구장으로 향했다. 피로가 쌓인 채 운동을 하니 악순환이었다. 그는 “그때 한 번 슬럼프를 겪어봐서 예방접종이 됐다. 지금은 안타를 치지 못한 날도 잘 잔다. ‘얼른 자고 회복해서 내일 더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안 좋은 기억은 야구장에 버리고 집에 돌아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채은성의 두 눈은 벌써 포스트시즌을 향해 있다. 그는 2016년 LG가 정규시즌 4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을 당시 느낀 ‘가을의 맛’을 잊지 못한다. “같은 안타 한 개를 쳐도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은 차원이 다르다. 그때 기억이 너무 짜릿해서 꼭 다시 가을야구를 하고 싶었는데, 3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 남은 기간 한 경기라도 더 이겨서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