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전날 국회서 대국민담화
이승만 동상 옆에서 담화 발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의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옆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책 대전환에 나선다면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황 대표는 이날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일 관계 해결책과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에 대한 경고, 한미동맹 복원 의지를 8·15 광복절 대국민 메시지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사전 배포된 담화문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황 대표는 “국민의 절규를 듣고 이제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돌아와 달라”며 “이런 믿음을 주지 못하면 저와 당은 국민의 여망을 받아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언급한 ‘특단의 대책’은 대규모 장외 투쟁이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15일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 24일부터 대규모 장외 투쟁에 돌입할 방침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장외 투쟁을 위한 실무 준비는 이미 마쳤고 문 대통령의 반응을 보고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과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이 새겨진 현판이 보이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뤄졌다. 메시지의 무게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황 대표가 직접 골랐다. 황 대표는 “자유민주주의 발전의 모범 국가이자 가장 성공적인 시장경제의 모델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되찾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근본”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내년 총선을 위한 보수 통합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담화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에 동의하는 자유우파는 모두 합쳐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의 문호는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원칙에 따른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다”면서도 “통합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며 범보수계를 향한 구체적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다.
이와 함께 담화 발표 직전 당 대표의 수족이자 핵심 당직인 대표비서실장과 대변인을 전격 교체했다. 비서실장은 이헌승 의원에서 검찰 출신 재선인 김도읍 의원으로 교체했다. 당 수석대변인에는 홍준표 전 대표 시절 전략기획부총장을 지냈던 수도권 출신 김명연 의원을 임명했다. 대변인에는 ‘막말’ 논란이 잦았던 민경욱 의원 대신 인명진 비대위원장 시절 대변인을 지냈던 김성원 의원과 원외인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을 임명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친박 색채를 줄이려는 당직 쇄신”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의 첫 대국민 담화에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대선 출마 선언’이라고 평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느닷없는 제1야당 대표의 대국민 담화라는 낯선 퍼포먼스는 결국 황 대표의 대권놀음에 불과하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진정 나라 걱정에서 비롯된 담화인지, 대선 출마선언인지 분간이 어려운 발표”라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