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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과감하게 쳐라”…골프장 공공의 적 ‘느림보 플레이’ 탈출 위한 7계명

입력 | 2019-08-15 17:06:00


“리드의 우승이 슬로 플레이 논쟁에 완전히 파묻혔다.”

패트릭 리드(29·미국)는 12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1차전 노던 트러스트에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대회의 최대 화제는 리드가 아니라 라운드 내내 불거진 브라이슨 디섐보의 ‘느림보 플레이’에 쏠렸다.

‘필드의 물리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디섐보는 10일 2라운드 16번홀에서 약 65m 거리의 샷을 하는데 3분가량을 소비했다. 8번홀 그린에서는 2m 조금 넘는 거리의 버디 버팅에 2분 넘게 시간을 보냈다.

동료 선수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제히 디섐보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세계랭킹 1위 브룩스 켑카(미국)와 유럽의 강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디섐보의 느린 플레이를 비난했다. 자신의 처지를 항변하던 디섐보는 “이제부터 슬로 플레이의 문제아가 아닌 해결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PGA투어 측도 경기 진행 속도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슬로 플레이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공공의 적’ 슬로 플레이

골프에서 슬로 플레이 문제가 최근의 얘기는 아니다. 이미 10~20년 전부터 “슬로 플레이가 골프를 죽인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야구 등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골프도 ‘스피드 업’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긴 하다. 올해부터 규칙을 개정해 깃대를 꽂은 채 퍼팅하거나 남은 거리에 관계없이 준비된 골퍼부터 먼저 샷을 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선수들이 ‘거북이 플레이’를 한다. 동반자나 팬들은 속이 터질 지경이다. 골프 경기 운영 매뉴얼에는 3인 플레이의 경우 첫 번째 선수는 50초, 나머지 2명의 선수는 40초 이내에 샷을 하게 되어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차는 경고, 2차는 1벌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권장 사항일 뿐 강제 규정은 아니다. 대한골프협회 관계자는 “국내 대회의 경우 10년이 넘도록 슬로 플레이로 인해 벌타를 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빠른 플레이를 선호하는 선수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높이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 선수는 “슬로 플레이어는 많아도 ‘패스트 플레이어’는 찾기 힘들다. 슬로 플레이는 다른 선수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해 강력한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느린 플레이가 몸에 배어있는 선수들 중에는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주말골퍼도 예외 아니다

주말 골퍼들 역시 복장 터지는 슬로 플레이의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10년 경력의 캐디 A씨는 “골프는 사실 매너나 에티켓을 먼저 배워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무작정 필드에 나오는 사람이 너무 많다. 결국 동반자한테 배우는 셈인데, 동반자도 에티켓이나 매너를 모르니 가르쳐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몇 가지 기본만 지켜도 경기의 흐름이 원활해 질 수 있다. 내가 칠 타이밍에 맞춰 미리 준비하기, 거리에 맞게 2, 3개 클럽 챙겨가기, 그린에서 스스로 라이 읽기만 해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안성현 SBS골프 해설위원은 “주말 골프의 경우 불안감이 늑장 플레이의 가장 큰 원인이다. 완벽하게 하고 공을 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너무 신중하게 준비하는 분들이 많다. 그건 연습장에서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대충, 과감하게 치는 게 훨씬 결과가 좋다”고 말했다. 김재열 SBS골프 해설위원도 “슬로 플레이는 골프를 못 쳐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에 나온다”며 “너무 스코어에 연연하지 말고 즐기는 마음으로 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헌재 기자uni@donga.com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느림보’ 탈출을 위한 7계명>

1. 자기 차례에 맞춰 미리 준비하라
2. 루틴을 최소화하라
3. 클럽을 2, 3개 들고 샷 지점으로 가라
4. 멀리건은 전·후반 1개씩만
5. 못 찾을 공은 애초부터 포기하라
6. 단순하고 과감하게 쳐라
7. 빨리 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