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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활용, 美 호르무즈 파병 요구에 가장 적절한 대응”

입력 | 2019-08-15 17:45:00

메흐란 캄라바 미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 국제지역학연구소장




“한국이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이번 조치는 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해(호르무즈가 있는 바다)와는 거리를 두는 게 안전하며, 적극적으로 이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란계 미국인으로 걸프지역 외교문제 연구에서 권위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메흐란 캄라바 미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 국제지역학연구소장(외교학과 교수·사진)은 아덴만으로 파견되는 청해부대 ‘강감찬호’가 필요시 호르무즈에서도 활동할 수 있을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15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과 대화를 시작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이란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maximum pressure) 미국의 전략이 먹히고 있지 않다”며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에 군대를 파견하는 건 근시안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미국 랜드연구소와 캘리포니아주립대를 거쳐 2007년부터 조지타운대 카타르캠퍼스에서 활동 중인 캄라바 소장은 청소년기에 이란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란과 미국 사정에 동시에 정통한 학자로 꼽힌다. 또 ‘혼란스러운 바다 : 페르시아만의 불안’, ‘아랍국가 내부 연구’, ‘현대 중동 정치사’ 같은 책의 저자로도 학계에 알려져 있다. 특히 현대 중동 정치사는 미국 대학가에서 유명 중동학 교과서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다음은 캄라바 소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에게는 미국의 파병 요청이 적잖은 부담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맹국들과의 비용 나누기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호르무즈에 군대를 파병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정책은 매우 근시안적이고, 여기에 동조하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청해부대를 활용해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에 대응하는 건 적절하다고 보나.

“그렇다. 지금으로선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본다. 일본도 비슷한 방식의 접근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군사활동을 펼치면 이란과 걸프의 아랍국가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으로 예산되나.

“이란의 경우 한국을 비난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직접적인 조치를 취할 것 같지는 않다. 이란과 지역 패권을 놓고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사우디와 외교·안보적으로 매우 밀접한) 바레인은 크게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아랍국가들 중에도 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을 것이다.”

―큰 위협 내지 부작용은 없다는 뜻인가.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다만, 군사 활동이 호르무즈에서 늘어나면 그만큼 긴장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발적인 사고로 인한 전쟁이나 갈등의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얘기다.”

―미국의 동맹국인 UAE가 이란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등 이란에 대한 압박 조치가 성공적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걸프지역 국가들은 이란과 공존해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이란을 영원히 소외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물론 미국의 제재로 이란에선 의약품이나 생활필수품 가격이 올라가는 등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외교적으로 이란을 최대한 압박한다는 전략은 성공하고 있지 못하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은 기대하기 어렵나.

“양측 모두 협상을 원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제재가 기본적인 물품에까지 미치고 있는 등 이란이 미국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얼마전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을 제재 대상에 올린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현 시점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열리는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앞으로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억류 같은 이란의 강경한 조치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나.

“이란은 호르무즈에서 항해하는 선박들을 괴롭히며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수 있다. 하지만 호르무즈와 관련된 오래된 시각을 바꿔야 한다. 호르무즈는 더 이상 이란의 유일한 압박 도구가 아니다. 이제 이란은 장거리 미사일로 사우디 본토 깊숙이도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 그만큼 갈등이 고조되면 호르무즈가 아니라 중동 전체에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페르시아해에서 군사활동이 늘어나고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더욱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는 것이다.”

―중동의 강국이며 적대관계인 사우디와 이란 간 대화가 열릴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이란은 오래 전부터 사우디와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 만큼 적극적이진 않다. 미국과 유럽도 두 나라 간 중재에 적극적이지 않다. 여기에는 미국과 유럽이 사우디를 대상으로 막대한 무기 판매를 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다만, 최근 이란과 UAE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나라들이 이란과 사우디 간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