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위협수위 높인 北]조평통 담화 통해 ‘대화 거부’ 못박아
○ 평화경제론에 ‘삶은 소대가리’ 조롱
북한 조평통 담화는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무엇을 크게 떠벌리기만 하고 실제의 결과는 보잘것없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는 표현으로 시작한다. 평화경제를 제안하며 극일 메시지를 담은 경축사가 한마디로 별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지칭하며 “보기 드물게 뻔뻔한 사람”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 “사고가 건전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례적인 수준의 막말을 쏟아냈다. 11일 외무성 담화에서 청와대를 향해 “겁먹은 개”라고 조롱한 북한이 막말의 수위를 더욱 끌어올린 것이다.
특히 조평통 담화는 문 대통령의 경축사 핵심 메시지였던 평화경제론에 대해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애써 의연함을 연출하며 북조선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하는 모습을 보면 겁에 잔뜩 질린 것이 역력하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을 향해 “저들이 북남 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하늘을 보고 크게 웃을) 노릇”이라고도 했다.
○ 남북 대화 빗장 걸고 경협 몸값 높이기
북한은 또 “남조선 당국자들과 다시는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며 당분간 남북 대화 중단은 물론이고 앞으로 열릴 비핵화 협상에서도 한국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날 담화에서도 미국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한국에 비난을 집중하면서 ‘미국과 직접 상대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한 것. 조평통은 “합동 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 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조미(북-미) 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 보려고 목을 빼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다”고 했다.
특히 북한이 11일 외무성 담화에 이어 다시 한 번 ‘계산’을 언급한 것을 두고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는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몸값 높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화경제를 추진하려면 먼저 적지 않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한편 북한군 김수길 총정치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군 대표단은 이날 중국을 방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을 조성해온 북한군의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찾은 것을 두고 중국의 북한 군사 안보 분야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 대표단이 방중 기간에 중국 측과 군사 분야 연대를 강화하고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