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11>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허리 질환이 있을 때 운동보다는 자세를 바로 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근력 운동에 대해서는 중년 이후에 오히려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정 교수는 대학 시절 역도부에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된 근력 운동을 그는 즐겼다. 근육이 불어나는 재미가 쏠쏠했다. 정 교수는 요즘도 틈틈이 턱걸이와 팔굽혀펴기, 스쾃을 한다. 유산소 운동도 잊지 않는다. 전철역 3, 4정거장 정도는 걸어가서 지하철을 탄다.
정 교수는 척추 분야에서 꽤 유명한 교수다. 환자가 너무 많아 그에게 처음 진료를 받으려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다. 하지만 정 교수도 허리 디스크로 오랜 시간을 고생했다. 무리한 근육 운동이 화근이었다.
○ “능력 과신하면 다친다”
1990년대 후반, 정 교수에게는 꿈이 있었다. 근육질 농구 선수처럼 덩크슛을 해 보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온 동료 교수가 “당신 키로는 힘들 걸”이라고 했다. 정 교수의 키는 179cm다.
며칠 후 걸을 때 살짝 절룩거렸다. 허리도 조금 아팠다. 스트레칭을 더 늘리고 허리 강화 운동도 했다. 하지만 허리 통증은 더 심해졌다. 그땐 몰랐다. 그게 잘못된 운동의 후유증이었다는 사실을.
통증은 더 심해졌다. 2005년부터는 비명을 지를 정도로 허리가 아팠다. 그제야 능력을 과신하면 다치고, 심각한 운동의 부작용이 꽤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료 교수들과도 치료법을 상의했다. 미국의 유명한 교수가 쓴 책도 분석했다. 2011년에는 실제로 미국으로 건너가 그 교수를 만나 치료법을 논의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 교수는 해법을 찾았다. 수술하지도 않았고, 허리 근력을 키우기 위해 힘든 운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허리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이제는 환자에게도 그 해법을 권한다. 그 해법을 ‘백년허리’(사이언스북스)라는 책으로 내기도 했다. 그게 무엇일까.
○ 허리 건강, 새 해법을 제시하다
정 교수가 허리와 목 디스크 환자에게 하는 말이다. 디스크 환자에게 운동을 권하는 여느 처방법과 다르다. 정 교수는 “20, 30대라면 운동 치료가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이미 병이 진행됐거나 허리가 좋지 않은 중년 이후에는 운동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질병의 근본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허리 질환은 대체로 여러 원인이 작용해 생기는 디스크의 구조적 손상이 원인이다. 이것부터 해결해야만 고칠 수 있다. 정 교수는 “팔뼈가 부러지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한다. 그렇게 하면 여러 생물학적인 작용으로 내부에서 뼈가 재생되는데, 허리 디스크 치료도 원리는 같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허리를 고정하는 것이 운동하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될까. 정 교수는 허리를 곧게 펴고 목은 살짝 든 자세를 유지하라고 했다. 환자의 체질이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하면 디스크가 고정돼 저절로 치료된다. 정 교수는 “가급적 긴 시간을 이 자세로 유지해 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허리를 곧게 펼 때 뻐근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통증은 재생의 신호라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이런 훈련을 반복하면 처음에는 허리가 뻣뻣한 느낌이 든다. 심지어 몸을 앞으로 굽혀 양말을 신는 게 어려운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허리가 부드러워진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 중년 근육 운동, 제대로 하라
정 교수는 스트레칭만으로는 적절한 운동량을 채울 수 없다고 했다. 우리 몸의 장기를 강하게 하려면 유산소 운동과 근육 운동을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은 틀렸다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중년 이후에 근육 운동이 꼭 필요할까. 정 교수는 특히 남성들은 꼭 근육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30분 정도 근육 운동을 해 주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늘어난다는 것. 정 교수는 “운동을 멈추면 호르몬 수치가 다시 떨어진다. 하지만 11주 정도 지속하면 호르몬 수치가 늘어난 상태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근력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마이오카인’이란 단백질도 분비된다. 이 단백질은 뇌와 장기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정 교수는 이 밖에도 근육 운동을 적절히 하면 발기부전을 예방하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더불어 몸이 탄탄해지면서 자신감도 생긴다. 등이 구부러지는 등의 잘못된 자세도 바로잡을 수 있다.
장점도 많지만 근육 운동은 고통스럽다. 일반적으로 최대 근력의 70% 정도는 들어야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이런 식의 운동에 반대한다. 정 교수는 지난해 미국에서 시행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최대 근력의 40%만 들더라도 횟수를 늘리고 운동 시간을 늘리면 근육이 커집니다.” 쉽게 말해 80kg짜리를 이 악물고 3회 드는 것보다 30kg짜리를 20회 드는 게 힘도 덜 들고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혈압 환자나 관절염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무거운 것을 들어올릴 때 혈압이 높아지고 무릎 관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런 경우에도 적절히 운동하면 건강 증진 효과를 본다. 무조건 안 할 게 아니라 의사와 상의해 운동 방법을 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사무실에서도 가능해요, 쉽게 하는 5가지 근력운동 ▼
의자 앉아 다리 벌리기 반복… 발뒤꿈치 들기도 저혈압 예방
왼쪽부터 [1]스쾃, [5]턱걸이
[1] 스쾃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이면서 전신 운동이다.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다. 다만 제대로 해야 한다. 횟수를 늘리려고 무리하게 하다가 허리를 다칠 수 있다. 허리가 굽은 상태로 앉으면 엉덩이가 튀어나오는데, 이를 ‘엉덩이 윙크’라고 한다. 이런 동작을 반복하면 발목이나 무릎에도 무리가 간다. 정 교수는 “너무 많이 앉으려 하지 말고 살짝 앉는 느낌 정도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2] 앉아서 다리 벌리기
사무실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의자에 앉은 채로 상체를 세운다. 가슴은 최대한 펴는 게 좋다. 그 다음에는 호흡을 하면서 다리를 벌리고 오므리기를 반복한다. 이 운동 또한 엉덩이 근육을 강하게 해준다. 저항성 고무 밴드(세라밴드)를 이용해 운동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시작하기 전에 양다리를 밴드로 묶은 뒤 힘을 주며 다리를 벌리면 된다. 정 교수는 “너무 힘을 줄 경우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3] 서서 뒤꿈치 들기
벽에 두 손을 지탱하거나 의자를 잡고 선다. 이어 발뒤꿈치를 들어 올린다. 단, 본인 능력의 80%만 올리는 게 좋다. 최대한 뒤꿈치를 올리면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운동을 마무리하며 숨을 고를 때 해도 좋은 동작이다. 50∼100회 정도가 좋다. 전체적으로 종아리 근육을 강화하고 기립성저혈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쪽 다리로 서서 발뒤꿈치를 높인 후 양다리를 번갈아 하면 운동 강도를 높일 수 있다.
[4] 변형된 팔굽혀펴기
팔굽혀펴기는 누구나 아는 동작이다. 추가 동작을 통해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팔을 굽힐 때까지는 기존 동작과 같다. 다만 상체를 들어 올릴 때 추가 동작이 필요하다. 팔을 모두 편 상태에서 어깨에 힘을 줘 상체를 한 번 더 끌어올리는 것. 이렇게 하면 가슴 근육 운동이 되는 동시에 어깨뼈도 튼튼해진다. 정 교수는 “가슴 근육을 키우려 하지 말고 살짝 힘들다고 느껴질 때 운동을 끝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5] 턱걸이
5개 종목 중에서는 가장 난도가 높다. 상체 근력이 약한 사람은 특히 어려운 종목이다. 일단 장비가 필요하다. 정 교수는 “문에 설치하는 턱걸이 철봉은 인터넷에서 1만∼2만 원에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력이 약하다면 의자를 갖다놓고 한쪽 발을 그 위에 얹어서 하면 한결 쉬워진다. 일반적으로 상체를 끌어올릴 때 하체는 몸의 앞쪽에 둔다. 다만 허리가 아픈 사람은 이때 하체를 몸의 뒤쪽에 두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